이 글은 감성미디어 Blue2Sky에 쓴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

* 아래에 실린 사진들은 책 속의 사진이 아닌, 내 개인 사진임을 미리 밝혀 둔다. 사진이 나오는 책에 전혀 다른 사진을 넣는다는 것이 혹여 작가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싶었으나, 그러한 방식 또한 책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까 하여 조심스레 포스팅 해 본다.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임재천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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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인천, 춘천, 보령, 속초, 강릉.동해.태백.삼척, 군산.김제, 남원, 안동, 대구, 경주, 부산, 진주, 통영, 나주, 목포, 순천, 여수 그리고 제주.

 소설가, 시인, 평론가, 인문학자 그리고 의사.

 그리고 다큐멘터라 사진가 임재천의 사진들.

 도시, 기억, 풍경이 함께 하여 펼쳐 놓는 우리네 도시들 풍경에 관한 20개의 글타래.

 이 책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은 위의 짧은 글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진가 임재천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드문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그는 우리 나라 곳곳의 도시 풍경들을 8년에 걸쳐 담아 내었다. 그리고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은 바로 그가 담아 놓은 그 사진들과 각 도시에 관한 기억을 향유하고 있는 필자들이 뭉쳐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려 놓은 책이다.

 우연히 임재천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작업의 거의 모든 비중을 국내에 두고 있다고 했다. 사진, 풍경 사진 특히나 다큐멘터리 사진에 있어서는 피사체에 대한 이해가 아주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해외 사진 작업은 언어, 문화 등의 가장 기본적인 피사체 이해의 연결 고리들 중 하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언어나 문화라는 것이 유일한 이해의 연결 고리는 아닐 수도 있지만 아마 임재천씨가 국내 작업을 중요시하는 데에는 그런 까닭도 있을 것이다. 또 그렇기에 국내에 집중하여 작업하는 그의 우리 나라 사진들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미리 짐작해 보기도 한다.

통영

통영. 2008.

 책에 실려 있는 임재천씨의 사진들은 옛 맛이 난다. 아니, '옛' 자를 빼고 '맛이 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단지 우리가 잊고 있던 풍경이기에 옛 것인듯 느껴질 뿐, 실은 주변에 있는데도 현대에 물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 임재천의 사진들은 맛이 난다. 그 맛은 뭐랄까, 조금은 부드러우면서 때로는 개운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자니 정말로 사진들의 맛이 입 안에 맴도는 것 같다. 그의 시선으로 담아 낸 우리 주변의 풍경은 뒷끝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사진을 보는 내내 절로 그 안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러한 맛이 있다.

 도시의 모습을 이루는 것은 풍경뿐만이 아니다. 책 속에는 한 사람의 기억에서 건져 올려 만들어 낸 새로운 도시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한 필자의 말처럼 자신은 그 도시에 관한 기억을 윤색해 내기에 적당한 인물이 아닌데도, 또 그 기억이 우리 앞에 하나의 도시를 그려 낸다. 사람의 기억에서 뽑아내는 도시의 모습.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도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기억 속에 있는 기억들도 결국엔 그 도시 역사의 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여러 필자들이 자신의 도시에 대해 뱉어낸 기억들은 그만의 가치가 있으며 또한 기억과 시간이 함께 담긴 운치가 있다.

목포

목포. 2007.

 책에 소개된 도시들 중에는 내가 이미 가 본 곳도 있고, 또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도 있다. 이미 가 보았던 곳은 왠지 모를 그리움으로 다가 오고, 처음 보는 풍경들은 호기심과 함께 역시 뭔지 모를 아련함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 아마 책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처음 보는 모습이든, 혹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풍경이든 책 속의 글과 사진에는 보는 이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다.  

제주.

제주. 2007.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 설명글에 대한 편집 방식이다. 처음에는 사진들만이 쭉 놓여 있길래 설명이 없는가 보다 생각하고 사진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페이지 뒤에, 그것도 다시 앞페이지로 넘어가 봐야 하는 사진의 설명을 넣어 두었다. 사진 위에 글을 인쇄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차라리 사진 크기를 좀 줄이더라도 한 페이지에 넣어 두는 것은 어땠을까? 아니면 아예 책 마지막의 촬영 정보 페이지에 사진 설명글도 같이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그래도 사진 위에 글을 섞지 않고 두어 사진만을 온히 감상하기에는 좋았다.

 마지막으로 모쪼록 사진가 임재천의 작업들을 오래오래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혹여나 떠도는 발걸음 따라 길을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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