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수도라고?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
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훈자를 떠나 일주일만에 도착한 이슬라마바드에 대한 첫 인상은 솔직히 여기가 과연 한 나라의 수도가 맞나 하는 것이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비교적 번화한 상업 지역 중 하나라는 Blue Area는 우리 나라 용산의 낡은 상가 건물들이나 종로의 오래된 낙원 상가 건물 같은 것들이 몇 채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것이 전부였고, 그 사이에 있는 외국 은행의 지점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이 이 곳이 그나마 중심가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들이었다. 이런 곳이 번화가라니 그럼 다른 곳은 도대체 뭐가 있다는 것인가.

 사실 이슬라마바드는 지금까지 보아온 파키스탄의 다른 도시들, - 북쪽의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늘어선 길기트, 베샴, 다수, 하리푸르 등등 - 또 그밖에 파키스탄의 여러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정돈되고 깨끗한 도시였다. 단지 그간 지나온 도시들에 내가 워낙 실망하고 있었기에 - 특히 길기트 같은 도시는 정말 단 하루도 더 머물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 처음 가 본 Blue Area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것이다.

 현재의 이슬라마바드는 규모면에서 보자면 남쪽의 카라치와 라호르에 이은 파키스탄의 세 번째 도시이다. 원래는 지방의 작은 도시였으나 1960년대, 대통령인 Ayub Khan이 국토의 남쪽 카라치에만 치중되어 있는 개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이 곳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되었다.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한 이유 말고도 이슬라마바드는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는데, 우선 해안선을 접하고 있어 인도 등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취약한 카라치와 달리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방어에 유리했다. 또 기후 조건에 있어서도 카라치보다는 훨씬 생활하기 나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이슬라마바드는 파키스탄의 새로운 수도가 될 수 있었다.
 
이란 비자 받기 Tip

 육로를 통해 여행을 하면 이란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터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몇가지 경우가 있는데 보통 이란 국경에서 일주일짜리 트랜짓 비자를 바로 발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길게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따로 한달짜리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라마바드의 이란 대사관과 페샤와르에 있는 이란 관공서에서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이때 꼭 페샤와르로 가서 비자를 발급 받기를 추천하는데 이슬라마바드의 대사관에서는 보통 2주, 더 늦으면 아예 기한 없이 걸리기도 하지만 페샤와르에서는 빠르면 2~3일, 중간에 휴일이 껴 있어도 최대 5일 정도면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란에 들어간 이후에는 별 무리 없이 비자 연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한달짜리 관광 비자면 충분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란 비자를 발급 받을 수는 있는데 초청장 대행 업체 등을 통해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또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므로 육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나중에 인접국에서 비자를 발급 받거나 국경에서 트랜짓 비자를 발급 받을 계획을 짜는 것이 편할 것이다.

이란 비자.

페샤와르에서 발급 받은 이란 비자. 여기에는 분명히(??) 내 이름도 적혀 있다.


파키스탄의 심장, 라호르

 백제의 고도인 공주와 부여, 그리고 신라 천년의 수도인 경주는 내가 우리 나라에서 특히 좋아하는 도시들이다. 모두 한 때는 한 나라의 영광과 번영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현재까지도 그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도시 곳곳에 간직하고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바로 그런 위치를 점하고 있는 도시이다. 라호르는 고대 무굴 제국의 지배 하에 번영을 구가했는데, 지금도 라호르 곳곳에는 그 시절 번영의 흔적이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도시의 중앙에 자리한 라호르 포트와 바드샤히 모스크 등이 그 당시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역사의 유산이며 또 무굴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수많은 정원들도 여러 곳에 남아 있어 당시의 번영과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바자

라호르 올드 바자의 밤 풍경.


 무굴 제국이 쇠퇴한 이후 19C말에서 20C 초, 파키스탄은 영국의 식민 통치 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당시 영국은 무굴 제국의 양식과 고딕, 빅토리아 양식 등을 혼합한 건축을 선보이면서 라호르에 아름다움을 더했고 이 시기에 라호르 박물관과 GPO, 대학 등이 지어졌다.

 라호르에 들어온 첫 날에는 이 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제일 기대하고 있던 라호르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민 지배 시대에 지어진 박물관의 외관은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고 있었는데 전시된 유물들은 우리 교과서에도 나오는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굴된 신석시 시대의 유물부터 시작해서 무굴 제국 시대, 시크 지배 시대, 그리고 식민 시대까지의 여러 유물들과 파키스탄 독립 역사를 알려 주는 전시실, '굶고 있는 붓다의 상'으로 유명한 간다라 미술품들, 또 파키스탄의 현대 미술 작품들까지 다양한 시대, 장르, 역사를 망라하고 있었고 이는 외국인의 입장료가 내국인의 열배에 달하는데 대한 내 불만을 모두 사라지게 할 만큼 훌륭한 소장품들이었다.

라호르 박물관

1894년에 설립된 라호르 중앙 박물관은 파키스탄 제일의 박물관이자 남아시아 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의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소장품은 다양한 장르를 통틀어 수십 만점에 달하는데 수많은 소장품들 중에서도 특히 보리수 나무 아래의 붓다를 표현한 '굶고 있는 붓다의 상'이 유명하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넓은 전시장 안에 조명 시설도 열악하고 더구나 무더운 한 여름에 냉방 시설마저 열악해서 천장에 달려 있는 몇 대의 대형 선풍기가 냉방 시설의 전부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잦은 정전으로 꺼지는 바람에 조금 둘러 보고 잠시 선풍기 밑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다시 기운을 차려 둘러 보고 해서야 무사히 박물관 견학을 마칠 수 있었다.

미술

박물관의 현대 미술품 중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바드샤히 모스크, 붉음에 압도당하다

근위병

모스크 앞을 지키고 있던 근위병.

 라호르 포트 옆에 있는 바드샤히 모스크를 마주한 첫 느낌은 거대한 붉음이었다. 인도의 타지마할이 모두 흰색 대리석으로 지어져 웅장한 흰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면, 이곳 바드샤히 모스크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돔을 제외한 모든 외벽이 붉은 색으로 둘러 싸여 보는 이를 압도했다. 어찌 보면 붉은 타지마할을 보는 것 같기도 했는데 타지마할을 지은 샤 자한의 아들이 이 바드샤히 모스크를 지었으니 그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바드샤히 모스크는 무굴 제국이 쇠약해진 이후, 시크 지배 시대와 영국 식민 시대를 지나면서 많은 수난을 겪고 파괴되었으나 이후 오랜 기간의 노력을 거쳐 다시 복원되게 되었으며 지금은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모스크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곳에는 한가지 재미 있는 현상이 숨어 있는데 모스크 마당의 양쪽을 따라 둘러서 있는 회랑에 보면 정사각형의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의 한쪽 구석 기둥에 가서 기둥을 향해 작게 속삭이면 반대쪽 대각선의 기둥 쪽에 서 있는 사람이 그 말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 것인데 소리가 천장의 돔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모스크의 입구.

모스크의 입구.


바드샤히 모스크

한 번에 5만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모스크의 전경.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


기도하는 곳

모스크 중앙의 기도하는 곳에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나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반바지를 입고 있던 내게 왠 가이드 할아버지가 다가와 누더기 사리 하나를 둘러 주었다. 그래서 기념 사진 한 컷.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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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에 올리는 본 편과 관계 없이 간간이 생각나는 거리들을 적어 봅니다. 제목 그대로 외전입니다.

 찌는 듯한 7월의 어느 날, 라호르의 Mall Rd.를 산책하던 도중에 출출해진 배도 채울 겸 여기저기로 눈을 돌리던 차에 "We're back @ Mall Rd."라는 조금은 도발적인 문구의 대형 입간판을 세워 놓고 있는 KFC 매장을 만나게 되었다.

 "흠, 우리가 돌아왔다고? 꽤나 자신 있는 광고로구만."이라고 생각하며 오랜만에 치킨 버거나 먹을까 하며 매장으로 들어선 나는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런데 카운터의 메뉴가 조금 특이하다.
 
 "음, 손가락을 이렇게 하면 1번 메뉴, 요렇게 하면 2번 메뉴라고...?"

 친절한 그림과 함께 손가락의 모양을 자세히 보여 주고 있는 그림 메뉴판. 알고 보니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두 명의 직원들이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수화 메뉴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중에 보니 카운터의 직원 두 명뿐만 아니라 홀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한 명, 안에서 음식 만드는 직원 한 명까지 모두 네 명이 말하고 듣지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매니저는 이 직원들과 수화로 대화를 하면서 지시를 내리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홀의 벽 한 쪽에 크게 걸려 있던 액자 안에는 "We speak all languages at KFC."라는 문구와 알파벳 수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 곳만의 아주 특수한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파키스탄에서 이런 일을 마주하게 된 건 작은 충격이었다. 파키스탄이 아직 후진국의 대열에 있는 나라인건 사실이고, 인권이라던지 여러 측면에 있어서 아직 부족한 나라인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런 일을 보게 되니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KFC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던 직원. 내가 손가락을 이리저리 꼬으며 주문을 하기 위해 노력하자 밝은 미소를 보여 준다. 조명이 특별히 어두웠던 것도, 셔터가 느렸던 것도 아닌데 사진이 왜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설마, 이 친구의 미소에 긴장한건가....;;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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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

여행과 사진 2006.12.14 07:08 |
라호르, 파키스탄

라호르, 파키스탄



  카라치에 이어 파키스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도시인 라호르.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보다도 규모가 크다. 붉은 색이 인상적인 바드샤히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며, 관리나 전시 상태는 엉망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유물들만은 수준급인 라호르 박물관도 있다. 또 신식 상점들이 자리한 시내를 벗어나면 오래된 향기가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라호르의 한 시장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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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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