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2년 대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이었을 것이었다. 한 기사에서 조갑제씨의 다음과 같은 주장을 봤다. 50대의 부모가 (20대이자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식들의 생활비(용돈)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무기로 자식들이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설득 (혹은 협박)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보수 논객 중에서는 제일 영향력 있고 (적어도 자기 집단 내에서는) 제법 높은 신망을 받고 있는 그였는데 생각의 수준이 하도 저질이라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이게 자칭, 타칭 보수의 기둥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사람의 생각인가 하고. 이건 뇌물과 용돈, 국가 권력의 강압과 부모의 강압이라는 이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금권 선거가 횡행하던 독재 시대의 한국과 무엇이 다른가. 여하튼 그 뒤로 조갑제씨에 관해서는 영 떠올릴 일이 없었다.

2. 2008년, 보수 세력들이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여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고발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이 무슨 관점에서 전교조를 고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기사에서도 조갑제씨의 개그(??)에 관한 일화 한토막이 소개되었다. 전교조를 고발한 단체의 무슨 모임에서였다고 한다. 조갑제씨가 자신이 알고 있는 다음과 같은 중소 기업 사장의 사례를 예로 들었단다. 조갑제씨에 따르면 그 중소 기업 사장은 신입 사원 면접 때, 응시자가 혹시 전교조 선생님 밑에서 배웠던 적이 있는지를 꼭 확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 응시자가 예라고 답할 경우에는 그 어떤 조건에도 상관 없이 무조건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다 조갑제씨가 덧 붙이기를 지금의 20대에게 취업이란 얼마나 중요하냐, 그러니 우리가 이런 (중소 기업 사례의) 분위기를 더 확산 시켜 전교조가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와 같은 주장은 참석자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하던데 일단 그건 차치하더라도 조갑제씨의 수준이 6년 전보다 단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겐 더 놀라웠다. 그의 의식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논의의 대상으로 올릴 수 없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다.

3. 지금이 2008년의 대한민국이라서가 아니다. 2000년의 한국, 1990년의 한국, 아니 1980년의 한국이었다 해도 위와 같은 주장이 정상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사회는 이미 정상이 아닌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한국은 정상이 아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저런 주장이 멀쩡히 전파를 타고 심지어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 나라는 경제가 무너지기 전에 나라의 정신이 먼저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 저이와 같은 이들이 신망이란 것을 받으며 존재하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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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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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iedra.tistory.com BlogIcon Conforte 2008.11.02 09: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조갑제...
    와, 말만 들어도 짜증난다.
    먼 좋은 수 없나?
    이걸 걍 팍... 개골창으로 밀어 쳐넣는 좋은 수 말이야!
    없는가보아.
    그러니 여지껏 잘 살고 있지...
    오호라! 내 나라여!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11.02 10: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하하, 흥분하셨군요.
      뭐, 그냥 시간이 계속 흘러가길 바래야 할까요?
      자고로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이란 없는 법이니까요.^^

  2. Favicon of http://thenomad.tistory.com BlogIcon 운하 2008.11.02 11: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ㅡ 이 양반은 입만 열면(혹은 글만 쓰면) 꼭 문제가 터지는 군요.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데.... ^^;;

  3. Favicon of http://eccedentesiast.tistory.com BlogIcon 신문깔아라 2008.11.02 14: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사람은 욕을 하도 많이 들어서 진짜 오래 살것 같네요ㅋㅋ 아마 벽에 똥칠 할때까지 살듯-_-

 SBS가 우주인 생방송에 100억을 투자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또 한동안 우주인 때문에 시끌벅적하려나 보다.

 작년이던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뽑겠다고 온 한국이 들썩들썩 하고 있을 때, 난 그 들썩거림이 싫어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그렇게 최초의 우주인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우리 나라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나라 우주선에 돈 좀 내고 사람 한 명 보내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모두가 엄청난 사건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난 무언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주인 교체 소동이 있었을 때 그 기분이 무엇 때문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이산씨에서 고소연씨로 교체된 이유로 여러 추측 기사가 난무하고 있을 때다. 한 신문에서 고산씨가 규정 위반을 하게 된 이유를 정부가 '일회성 우주 관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자료 수집 요구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 보도를 했다. 물론 진실이야 언제나 저 너머에 있는 법이고 밝혀진 대로라면 고산씨의 과욕적인 학습 욕구 때문에 벌어진 일에 불과했다.

 내가 여기서 중요하게 본 것은 정부의 지시냐, 고산씨의 욕심이냐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일회성 우주 관광'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내 개운치 않은 기분은 이 말로 설명할 수가 있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을 배출하는 것은 아래 기사 같은 일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돈 좀 내고 우주선에 타는 것.
 "백만 장자 우주 관광" - 한겨레 기사

 우주인이 여러 실험을 해서 데이터를 얻을 것이라고도 하고 세계 몇 번째로 자국인을 우주에 보내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자국의 우주인을 배출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국력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긴 하다. 뭐, 돈 없어서 우주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나라도 많을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자국의 우주인이라 할 것이면 자국 기술의 자국 우주선에 태워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 얹혀 가면서 대단한 듯이 들뜨지 말자. 우리가 진정 우주 강국(사실 이런 것 별로 바라지도 않는다...)이 되고 싶다면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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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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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이철수님의 작품이다.

정말 어느 시러배 아들놈이지.

뭐, 다른 건 다 맘대로 해도 좋으니 일단 운하만 파지 말아라, 제발.

다 파 뒤집어 놨다가 나중 지나면 아까워서 어찌할 것이냐.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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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ubit.tistory.com BlogIcon SUBIT 2008.08.07 21: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포스트 보고 책꽂이에서 이철수님의 소리하나를 다시 펴보았습니다 ㅎ
    다시봐도 좋네요. ㅎ_ㅎ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08.09 00: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전에 <좋은 생각>이던가, 매달 뒤편에 나오는 이철수 님의 작품을 보고 감동 받고 했었는데.

      요즘은 '풀로 만든 집'이라는 사이트에 작품을 올리시는 것 같더군요.

#1

 종교적,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완전 대체 복무가 허용됐다는 기사가 나온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안이다. 이전까지는 대체 복무를 하더라도 기초군사훈련은 받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반발이 많았었는데, 이번엔 모두 받지 않는 걸로 허용이 되었다. 물론 복무 기간도 현역병에 비해서 두 배나 길고, 복무 분야도 힘든 분야다. 하지만 그 정도의 핸디캡은 양심적 거부자들에게도 납득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혹자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단지 군대 가기 싫어 꾀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그들의 신념을 지지한다. 그들이 기초군사훈련마저 거부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 총을 든다는 것은 아무리 자기 방어를 목적으로 익히는 것이라 해도 궁극적으로 殺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과 비슷한 이유로 총을 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더라도 총을 들지 않을만큼의 신념은 없기 때문에 군대를 다녀 왔다. 아마 나도 저들만큼의 신념 - 그것이 종교적 신념이든, 아니면 개인적 신념이든 간에 - 이 있었다면 병역 거부를 했을지도 모른다.

 현재까지 결정된 법안은 예비군 훈련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하지만 거부자들의 신념 - 집총 거부 - 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추후 예비군 훈련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앞으로 법안이 더 정비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2.

 법안 발표가 되고 나서 다음날이던가 학교에서 선배가 말을 걸었다.

 "다운아, 너 군대 다녀 왔지?"
 "예."
 "넌 그 양심적 병역 거부자 어떻게 생각하냐?"
 "저요? 전 찬성이예요."
 "그래?"
 "예. 일해야 하는 조건도 꽤 힘들고 합당한 수준의 핸디캡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그런 곳에서 일한다는 건 군대가 아니라 사회라는 얘기잖아."
 "그곳에서 숙식도 해결하고 지낸다는데요?"
 "너도 알잖냐. 부대 담장 안과 밖의 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틀린 건지."
 "크..."

 아마 내가 알고 있는 군대를 다녀 온 많은 사람들이 이번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의식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대다수의 한국 남성들 - 특히 군대를 다녀 온 사람들 - 은 이 문제에 대해서 다들 약간씩의 피해 의식 - 한국 사회의 성인 남성들은 특히 군대 문제에 있어서 제일 예민해지는 것 같다. - 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난 이만큼 했는데, 왜 쟤들은 빠지는거야." 라고.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이 피해 의식이라는 것이 좀 우습다. 내가 한만큼 남들도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나와는 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냔 말이다. 난 이런 피해 의식을 접할 때면 가끔씩 TV 프로그램에서 보는 장면이 생각난다. "왜 나만 단속하는 거야? 저기 봐. 딴 차들도 다 하잖아." 사실 이 변명만큼 우스운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본질은 나만 걸린 게 아니라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걸린 것이라는 거다. 잘못하지 않았다면 걸릴 일도 없다. 모두들 도둑질 했는데 나만 걸렸다고 억울한가? 도둑질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게 먼저지.

 군대를 다녀 온 게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나와 같아야 한다고 강요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3.

 최근에 소규모의 스터디 그룹에서 토론 면접 준비를 하면서 우연히 이 사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구성원은 나를 포함하여 남자 일곱명인데 공익 둘에 현역 다섯 - 공익과 현역을 나눈 건 좀 더 정확히 경험의 차이에 따른 의견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이 그룹에서 공익 근무를 한 둘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현역 근무를 한 사람들과 생각의 차이가 없었다. 의견은 찬성 2 : 반대 5로 반대가 더 많았다. 반대 의견은 다른 남자들과 거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국방의 의무라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목적이 제일 크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병역 거부자들이 그렇게 군 의무를 지지 않게 된다면 나라를 지키는 일은 오직 다른 사람들의 몫이 되야 하는 것인가 하는 말이다. 똑같이 나라의 혜택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면 똑같은 의무를 지워야 된다. 육체적 상황이 국방의 의무를 지지 못할 상황이 아닌데 하지 않는다는 건 납득이 안된다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신체적 조건 등에 의해 공익 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군대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신체적 조건에 따라 공익 근무를 하듯이 정신적 조건, 즉 신념의 문제도 이와 똑같이 받아 들인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와 함께 찬성이었던 다른 한 명도 현재의 제도에서는 실제 거부자가 아닌 사람이 빠져 나갈 헛점이 있기 때문에 보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 같으면 현재 복무 조건이라면 거짓 신념으로 대체 복무를 택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4.

 내게는 독일인 사촌이 두 명 있다. 아버지가 독일인이고 국적도 독일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안이지만 독일도 징병제를 실시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대체 복무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본인의 자유 의지이다. 그래서 내 사촌 형은 군대에 가는 대신 대체 복무를 택해서 군 복무를 마쳤다. 독일에서도 대체 복무는 일반 병 복무보다 기간도 길고, 일도 쉽지 않다. 내 사촌 형은 무슨 사회 복지 시설에서 근무를 했다. 앞으로 사촌 동생도 신검을 받고 군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녀석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신검에서 면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복무가 결정되면 본인도 대체 복무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 두 사람이 우리 나라의 병역 거부자들처럼 꼭 어떤 신념이 있어서 대체 복무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종교적 이유가 작용 안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려한 부분이 더 컸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논의 되고 있는 대체 복무제는 위와 같은 사례보다 훨씬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의 사한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도의 신념을 지켜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본인의 상황 - 군대를 다녀 왔다든지 하는 - 과 결부 시키지 않고 조금 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지금 수준의 법안은 충분히 납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모든 법안들이 잘 정비가 되어서 앞으로는 스스로의 신념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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