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의 아침 식사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터키에 들어온 지 일주일 째, 드디어 반에서 라마단의 첫 아침을 맞았다. 전날 밤부터 괜히 긴장해 바를 찾아 다니며 술을 마신 나와 일행은 - 파키스탄 북부 이후로 이란을 통과할 때까지 거의 두 달 반 동안 술을 마시지 못했었다. - 다음날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이런, 아침 먹기는 글렀구나. 전날 밤에 호텔 직원이 아침 여덟 시까지만 오면 아침을 주겠다고 했는데 늦어 버린 것이다. 어제 사다 놓은 빵을 뜯으며 창 밖을 보니 이제 음식 가게들도 슬슬 문을 닫는 분위기다.

TamaraLive Band

술에 굶주려 있던(??) 우리는 오랜만에 술집을 순회하며 즐겼다. Bar Tamara와 라이브 공연이 있던 맥주집에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 로비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일하던 젊은 직원들 몇 명이 우리를 구석의 골방으로 부른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빵에 스프, 차까지 마련된 아침 식사.

 "어라, 뭐야 너희들? 니들은 지금 뭐 먹으면 안되잖아. 라마단인데."
 "응? 괜찮아, 괜찮아. 우리는 절반만 무슬림(half-muslim)이야. 독실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린 절반만, 흐흐."

 손가락을 반만 내보이며 반-무슬림이라고 외치는 녀석들. 뭐 우리 나라에서 교회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규율을 지키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덕택에 라마단의 첫 아침은 갓 구운 빵과 따뜻한 차로 포식을 할 수 있었다. 녀석들, 반-무슬림이라 고맙다.

케밥

터키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뭐니해도 케밥. 말라타에서

넴룻 산의 거석상

 반 호수를 건너 타트반을 지나면서부터는 페이스가 떨어져 버려서 하루 평균 70~80km를 달린 후에 나오는 도시들에 숙소를 잡았다. 그렇게 라이딩 하기를 일주일, 드디어 말라타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넴룻 산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자 론니 플래닛의 터키판 표지를 장식한 사진을 찍은 곳이 바로 넴룻 산이다.

아이들

넴룻 산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함께 있던 일행이 길 가던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정상의 양 쪽 - 동과 서- 에 세워져 있는 거석상들은 기원 전에 존재하던 고대 왕국의 왕이 세워 놓은 것이다. 신을 꿈꾸던 안티오코스 왕은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 산 정상에 무덤을 만들고 그 주위에 여러 수호신상들을 세워 두었다. 원래는 몸체와 함께 있던 거대한 좌상이지만 지진이 나면서 몸체에서 머리 부분이 떨어져 지금은 커다란 두상들만 바닥에 서 있는 조금은 기괴한 모습이다. 밤이 되면 혼자 있기는 조금 무서울 정도로.

석양

석양을 받고 있는 두상들. 뒤쪽은 폐허에 가깝다

아침해

아침 해가 떠오르면 두상들도 간밤의 잠에서 깨어난다. 뒤쪽으로 원래의 몸통이 보인다

 석양을 받은 채 어둠 속으로 침잠해 가는 거석상들을 감상한 후, 정상 밑에 있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넴룻 산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 날은 새벽 4시 기상이었다. 이번엔 어제 본 석양의 반대편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대기 속으로 떠오르는 상을 감상하는 것이다. - 산의 정상은 걸어서 1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으니, 산의 양 쪽에서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는 꼴이다.

밤

거대한 석상을 배경으로 어두워진 하늘에 달이 떴다

 말라타에서는 훈자에서 함께 지냈던 한국인 큰 누님을 우연히 다시 만나 반가운 재회를 하고 함께 넴룻 산으로 왔다. 아마 지금쯤이면 이곳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지만 말라타에 오기 전에 연락을 하지 못한 터라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겠지 하고 있던 터였다. 오랫만에 보니 우리가 더 마르고 탔다며 그래도 건강해 보여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심하는 누님을 보니 고맙다.

 문득 훈자에서 처음 만났을 때, 누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당시 원래 네 명이던 일행이 두 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는데 여정에서 빠지게 된 두 명은 덩치도 좋고 한눈에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는 체형이었다. 그런데 - 누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 어디 집에서 컴퓨터 오락이나 하고 앉아 있을 것 같은 나머지 둘이서 여정을 계속한다니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그 말을 처음에 듣고는 어찌나 웃겼던지. 아무튼 그 오락맨 둘이 이렇게 건강히 살아 남아서 머나먼 터키 땅에서 다시 만났으니 이 또한 여행 중에 만나는 작은 연의 기쁨이었다.

 넴룻 산 일정은 보통 하룻밤을 자는 코스로 이루어지는데 말라타에서 차를 타고 정상 밑의 호텔에 여정을 푼 후 해 지는 풍경을 감상하고 다음 날 아침 다시 해 뜨는 모습을 본 후에 말라타로 돌아 오는 일정이다. 말라타 시내의 여행 안내소에서 차와 숙소를 예약할 수 있고, 원한다면 산 정상을 넘어 남쪽 카호타로 내려가는 일정을 택할 수도 있다.

넴룻사람들

새벽부터 넴룻 산에서의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스타워즈의 촬영지, 카파도키아

 터키 중남부 괴뢰메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카파도키아는 오랜 세월 비와 바람 등의 풍화 작용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기암 괴석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그 독특한 풍경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버섯 머리를 하고 있는 거대한 돌기둥들부터 구멍이 숭숭 뚫린 땅과 곳곳에 숨어 있는 동굴들까지. 이란의 칸도반이 동화 속 난쟁이들의 집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카파도키아는 거대함에 압도 당하는 곳이었다.

카파도키아 전경

카파도키아 전경

 이곳은 워낙 세계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투어 코스도 다양하게 많이 있는데 하루 종일 전세 버스를 타고 돌아 다니며 근교의 지하 도시까지 중요 포인트들을 볼 수 있으므로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잘 선택해서 관광을 하면 된다. 또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하이킹 투어도 있지만 기본적인 체력이 밑받침 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힘이 든다. 그리고 괴뢰메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의 숙소들이 도미토리나 더블룸 형태의 동굴방을 갖추고 있으므로 특이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동굴방에서의 하룻밤을 추천한다.

 카파도키아에 머물던 동안 난 하루를 근처의 재래 시장과 ATV 투어로 보낸 후에 다음 날은 여덟 시간 동안 혼자서 산책을 했다. 어느 곳이라도 걸어 가다 보면 기괴한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방향도 목적지도 없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다음 마을 근처에 도착하기도 했는데 그럼 다시 방향을 틀어서 걸었다. 다행히 어제 했던 ATV 투어가 지리를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딱히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체력이 좋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카파도키아는 하이킹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굳이 포인트를 찍어 주는 가이드가 있을 필요도 없다. 그냥 걷다 보면 길이 나오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하면서 방향을 잡아 가는 것이었으니까.

버섯 돌기둥

독특한 버섯 모양의 돌기둥들

괴뢰메

카파도키아의 중심 도시인 괴뢰메

 저 멀리 보이는 버섯 바위에 가기 위해 방향을 잡고 걷다 보니 야외 박물관을 지나 커다란 UFO 박물관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UFO 박물관?' 한 눈에 보기에도 싸구려 같아 보이는 간판에는 유명한 로즈웰 외계인의 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스타워즈>도 찍고 했으니 싸구려 상술로 기획한 박물관이거나 혹은 정말 외계인의 정체를 믿는 집단이 목 좋은 곳(우주와 감응하기 좋은 곳??)이라고 세워 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머나 먼 이국의 보름달

 내가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때는 마침 한국의 추석이었다. 이제 집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개월을 넘어 가고 있으니 군대에 다녀온 거 빼고는 제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는 거였다. 괜히 기분이 묘해진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몇 통의 전화를 걸고 마을 구석구석을 쏘다녔다.

 밤이 되고 나선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기 위해 숙소 뒤편의 고지대로 올라갔다. 매년 정월과 추석이 되면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건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는 비는 소원이 늘 똑같아졌는데 이제는 그 소원을 계속 비는 게 왠지 부질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계속 빌고 있다.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보름달

먼 이국에서 마주한 보름달. 소원의 효과는 똑같으려나?

 먼 이국 땅에서 바라보는 달도 한국에서 마주하던 달과 차이가 없었다. 밝고, 둥글고, 커다란 보름달.

 "제 소원은 말 안 해도 알죠? 늘 말하던 그거요. 그럼 전 이제 내려가서 잘게요. 다음에 또 봐요."

카파도키아의 명물 -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의 명물인 열기구 투어는 매일 동틀 녘과 해질 녘에 한 시간 정도씩 운행하는 투어인데,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 중에는 열기구 투어만을 위한 돈을 따로 모아 온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타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돈만 있으면 다시 타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데, 멀리 상공에서 카파도키아 전경을 바라보며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 모든 것이 다 잊혀질 듯 아름답다 한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인데 한 번 탑승을 위한 2006년 9월 당시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한 사람에 18만원 정도였다.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의 명물 - 열기구

열기구 투어

이른 아침, 열기구가 하나, 둘씩 떠오르고 있다

 열기구 투어를 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열기구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다.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저 멀리 뜨고 지는 열기구들을 바라볼 수 있는데 많을 때는 스무 개 가까이 되는 열기구들이 풍경을 가득 채우니 그 풍경 또한 놓치기 아까운 모습이다.

 또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는 투어 중 하나는 점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ATV 투어이다. 한 명의 현지인 가이드가 동행하여 몇몇 중요한 포인트들을 도는 투어인데 편하게 포인트들을 다닐 수 있고, 몇몇 곳은 비교적 익스트림한 라이딩도 할 수 있다. 단, 도로에서 달릴 때에는 생각보다 꽤 빠른 속도를 내게 되므로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ATV

재미있는 여행객들과 ATV 투어를 함께 했다. 우리는 지구를 지킬까?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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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ivershigh.com BlogIcon SUPERCOOL. 2007.12.08 02: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자전거 여행..참.. 즐거워보이네요

  2. Favicon of http://pjjk.tistory.com BlogIcon skyfish 2007.12.18 04: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열기구 관광은 처음 봤습니다. 너무 멋져요~ 정말 한번 타 봤음 좋겠내요^^

  3. journey 2012.10.20 09: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카파도키아...꼭한본가보고싶네여 열기구 사진 담아갑니다^^

우리가 강도였던 거야?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 카드나 현금 카드 등을 사용할 수가 없고 오직 현금만을 환전해 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란 입국 전에 미리 한 사람에 몇 백 달러씩을 준비했다. 예상대로라면 넉넉히 이란을 빠져 나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체류 기간이 계획보다 길어지고, 지방 숙소들의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장 하루치의 숙소비를 쓰고 나니 물 한 통 사 마실 돈마저 없는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하루하고 반나절은 더 걸려야 테헤란에 들어 가는데 이대로는 잠자리는커녕 밥조차 굶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테헤란까지만 들어 가면 알고 지내는 교민분이 계셔서 그 분을 통해 한국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내일 아침 도시를 빠져 나간 후에 테헤란까지 히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날 아침 40km 정도를 달려 도시의 외곽으로 빠져 나와 히치를 시도했다. 몇 대의 차가 그냥 지나간 후에 화물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우리는 잽싸게 기사에게 달려가 테헤란, 테헤란을 외치며 자전거와 짐을 가리켰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는 우리에게 여권을 보여 달라, 저 앞에 가면 경찰서가 있다고만 계속 이야기했다. 아마 우릴 태워 주는 게 문제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우린 여권에 있는 이란 비자를 확인 시켜 주면서 "아저씨, 폴리스 노 프라블럼. 비자, 비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계속 고민하던 아저씨는 마침내 우리 보고 짐을 싣고 차에 올라 타란다. 아저씨 맘이 변하기 전에 빨리 타야지 하고 잽싸게 짐을 실은 후 조수석에 앉았다. 차가 출발한 후, 기사 아저씨가 조수석 앞에 있던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자신의 목에 들이 대는 시늉을 하면서 뭐라, 뭐라 얘기하더니 칼을 자기 쪽으로 치운다.

 "와, 참 친절한 아저씨네. 아무 차나 얻어 탔다간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얘기구나."

 신경 써 주는 아저씨가 고마웠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달렸을까, 차가 도로 옆에 있는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 우리는 비자도 여권도 문제가 없었기에 별 문제가 없겠지 생각하고 마음 편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경찰과 얘기를 좀 나누더니 우리 보고 내리란다. 경찰들은 이미 화물칸에서 우리 짐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뭐야, 무슨 문제지?" 라고 생각하며 경찰과 얘기를 나눠 보려고 해도 도대체 말이 통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짐을 다 내린 채 경찰들에게 붙들려 있고 트럭은 다시 출발했다. 하지만 경찰들하고 계속 얘기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아, 테헤란의 교민 분께 전화를 해 통역을 부탁했다. 그 내막을 알고 보니 사실은 경찰들이 우리를 붙든 게 아니었다. 우릴 태워 줬던 트럭 운전수가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불안해서 계속 태워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아까 운전수 아저씨가 목에 칼을 들이 대면서 했던 얘기는 결국 본인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이었다. 우리가 강도 짓을 할 지도 모른다고. 거 참, 고마운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보고 강도라고 한 것이었다니.  참 씁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내 평생 어디 가서 또 강도 취급을 당해 보겠나......

테헤란의 사히드 형

 곡절 끝에 테헤란에 도착했다. 테헤란에는 나와 같이 다니는 일행이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이란인 친구 사히드 형이 있었다. 사히드 형이 한국에 일을 하러 왔을 때 알게 된 친구였는데 우린 형의 초대로 그 집에 가서 하루를 머무르게 되었다. 테헤란에서도 유명한 부촌에 위치한 형의 집은 3층짜리 건물에 수영장까지 딸려 있는 집이었다. 형의 말에 따르면 동네에서는 제일 작은 집이었는데, 그 동네에는 대문부터 으리으리한 궁궐 같이 생긴 유명한 이란 축구 선수의 집도 있었다.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였다.

사히드 형.

사히드 형네 집에서. 사히드 형과 나와 군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사촌 동생

  우리 나라처럼 이란도 대가족 문화가 익숙한지 사히드 형 집은 형과 큰 형 내외가 함께 살고 있었고, 사촌이니 조카니 외삼촌이니 하는 사람들이 늘 들락날락 해서 집안이 북적북적했다. 우리가 머무를 때만이 아니라 항상 가족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것 같았다. 이쪽은 조카, 이쪽은 사촌, 또 저쪽은 마도로스인 외삼촌 등등. 여기 저기 인사하면서 조금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또 함께 둘러 앉아 게임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조금씩 친해졌다.

사히드

사히드 형의 큰 형인 알리 형의 딸. 정말 너무 귀여웠다

  마침 우리가 사히드 형 집에 머무를 때 마침 한국과 이란의 축구 국가 대표 경기 시합이 있었다. 다들 즐겁게 보자는 생각으로 TV 앞에 모여 앉았는데 왠지 모를 그 긴장감이란 어쩔 수 없었다. 서로 자기편 플레이에 크게 내색하지 못하고, 어색한 분위기. 다행히도 경기는 막판에 한국이 골을 넣으면서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가 무사히 끝나고 나자 모두 괜스레 멋쩍어진 우리는 서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칸도반, 이란의 카파도키아

 타브리즈에서의 출발을 하루 미루고, 칸도반에 다녀 왔다. 이란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칸도반은 그 독특한 지형으로 이란의 카파도키아 - 터키 중부 지역. 각종 기암 괴석들이 자리한 독특한 지형으로, 특히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 라고 불리는 곳이다.

칸도반

칸도반 전경

칸도반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동화 속에서 나올 법한 동굴 집들. 멀리서 보면 마치 개미굴 같아 보이기도 한다는 이 곳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동굴 집에서 실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높다란 돌 벽에 문과 창을 내고, 집 밖으로는 각종 전기줄과 전선이 널려 있다. 관광객들을 모아 집 안내를 하던 한 주민은 이 곳의 집들은 천연 냉난방이 잘 되어 여름에는 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하다고 했다.

칸도반 풍경칸도반 풍경
칸도반 풍경

칸도반 골목골목

칸도반 풍경

빨래가 널려 있는 풍경

  외국인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이란 내국인들에게도 명소인 이 곳은 비수기임에도 제법 많은 여행객들이 보였다. 몇몇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집 내부를 구경 시켜 주고 돈을 받고 또 차나 숙소를 제공하면서 생계를 벌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은 이 관광객 무리가 여간 귀찮은 모양이었다.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데나 와서 카메라를 들이대려 하고, 자꾸 기웃기웃하고 다니니까 신경이 쓰이는 건가 보다.

동굴 집 내부

동굴 집 내부

동굴 집 내부

카페트가 깔려 있는 건 다른 집들과 똑같다

소쿠리

소쿠리가 걸린 풍경은 우리네 시골과 비슷하다

당나귀

경사가 심한 칸도반에서 나귀는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이 지역이 다른 지역과 다른 또 하나는 바로 여인들의 차도르 복장이었다. 이란의 다른 지역에서는 검은 색의 차도르를 제외하고는 다른 색을 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칸도반에서는 노인이건 젊은 여인이건 할 것 없이 모두 다양한 무늬가 있는 비교적 화려한 차도르를 둘렀다.

차도르

여인의 화사한 차도르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칸도반은 타브리즈에서 하루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내면서 그 곳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방을 빌릴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으니 원한다면 며칠을 묵을 수도 있다.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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