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1998 / 한국)
출연 심은하, 한석규, 이민수, 류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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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DVD를 사면서 영화를 다시 봤다. 몇 번째로 보는 건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또 보는 건 꽤 오랜만이다. 앳된 시절 심은하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 요즘은 많이 사그라 들었지만 - 한석규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오랜만에 듣는 주제가도 좋다. 역시 한석규가 목소리 하나만은 어디 가서 빠지질 않는다니까.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고3을 눈 앞에 둔 시절이었다. 원래 혼자 극장 가던 걸 즐기는 편이라 그때도 혼자 시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당시 한석규, 심은하는 내노라 하는 톱스타들이었고,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영화를 선택하는데 큰 고민은 없었다.

 길지 않은 한 시간 반 정도의 상영 시간.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극장을 나온 후, 잠시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영화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이후로 허진호 감독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가 네 편의 영화를 만들어 오는 동안 지속적인 그의 팬이 되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봄날은 간다>이겠지만, 그의 데뷰작이자 잔잔한 명작으로 추억 되는 이 작품 또한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바로 이 데뷰작부터 계속된 일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최근 작 <행복>에서는 직접적으로 주인공들이 죽었고, <봄날은 간다>에서는 상우(유지태)의 할머니, <외출>에서는 손예진의 남편이 죽었다. 하지만 허 감독의 특징이라고 생각 되는 것은 결코 죽음에 근접해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죽음을 보여 주어도 보여 주는 것 이상으로 다가서지는 않는다. 죽음도 우리가 늘 살고 있는 일상의 하나일 뿐이다. - <행복>과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비교하면 죽음에 대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쪽으로 바뀌기는 했다. 그건 첫 작품 이후, 조금씩 조금씩 더 현실적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변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 무대는 정원(한석규)이 운영하는 작은 사진관이다. 이 동네 구멍가게 사진관에 어느 날 사진을 뽑아 달라며 찾아 온 주차 단속원 아가씨 다림(심은하). 둘의 첫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인상 좋은 넉살의 한석규가 특유의 "허허." 웃음을 지으며 아이스크림을 건네니 다림도 화가 풀릴 수 밖에.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스르르 알듯, 모를듯 서로에게 조금씩 빠져 들어 갔다.

 <8월의 크리스마스> 하면 몇몇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손 꼽는 것들은 한석규가 유리창 너머로 심은하를 보듬는 장면, 사진관에 찾아 온 심은하가 유리창 밖에서 입을 오무려 가며 이야기하는 장면, 사진관의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 오던 밤 거리에서 심은하가 갑자기 한석규의 팔짱을 끼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긴 호흡의 장면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의 연기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좋은 장면, 좋은 연기를 보면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감동을 받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기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주된 공간이 사진관이다 보니 이 영화에서 사진은 중요한 소재 중 하나가 된다. 영정 사진을 찍으러 온 할머니, 본인의 영정 사진을 찍는 한석규, 아버지를 위해 여러가지 사용법들을 만들 때 사용하는 즉석 사진들, 그리고 사진관에 찾아 온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또 영화 속의 소재로서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모티브도 바로 사진이었다. 감독은 영화의 아이디어를 가수 김광석의 영정 사진을 보고 얻었다고 했다. 영정 사진에서 어떻게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을까 하면서 밝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상을 이야기 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단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그의 의도를 반영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는 영화에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때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 이야기를 얻어 가는 건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연기가 아닌 일상의 모습을 그리고, 죽음조차도 하나의 일상으로 표현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석규, 심은하의 일상의 연기, 영화를 마치고 갑자기 돌아 가신 유영길 촬영 감독의 화면 포착, 그리고 신인 감독이었던 허진호 감독이 모여 만들어 낸 명작이다. 언젠가는 이만한 콤비들이 다시 모여 만들어 낸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될까?

덧. 영화에서 한석규가 아버지인 신구 옆에 가서 누워 잠을 자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배경 음악으로 흘러 나오는 곡이 아들을 먼저 잃은 남미의 기타리스트가 아들을 생각하며 연주한 곡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영화 내부 장치들의 디테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싶다. 어떻게 그 장면에 그런 곡을 찾아서 넣을 생각을 했을지.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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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ldsoul.tistory.com BlogIcon GoldSoul 2007.12.20 11: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DVD 있어요. 가끔 생각나면 꺼내서 보고 싶은 장면까지 보고 끄기도 해요.
    언제봐도 좋아요. 8월의 크리스마스는요. :)

  2. kradmeser 2008.08.01 0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 지내냐? 무심코 검색창에 scsc를 쳤다가 여길 찾았다.

    한석규 아저씨는 원래 성우 출신이라 목소리가 멋질 수 밖에 없지. ㅎㅎ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장면장면이 다 좋지.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한석규가 버스를 타고 가고 있을 때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가 깔리는 그 장면..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08.01 16: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와, 형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어떻게 지내십니까? 얼굴 까 먹겠어요.

      한석규가 버스 타고 가는 장면 생각나네요.
      솔직히 영화 전체적으로 다 좋았어요.
      크게 뭐 뺄 것이 없었죠.

      이 영화, 어느 새 10년도 더 되어 버렸죠?
      어느 새 제 나이도 그만큼......

행복
감독 허진호 (2007 / 한국)
출연 황정민, 임수정, 김기천, 유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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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호 감독의 신작인 <행복>의 시사회에 당첨 되어서 영화를 보고 왔다. 원래 허진호 감독의 팬이었던지라 기대를 좀 하고 있었는데, 영화는 솔직히 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가히 명작이라 불릴만한 가치가 있는 전작들인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에 비하면 좀 부족한 듯 하니까. 그래도 개인적인 팬으로서 수작의 반열에는 올려 주고 싶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허진호 감독의 작품들이 갈수록 아프게 현실적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첫 작품인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엔 조금 환타지적인 측면이 있었고, 다음 작품인 <봄날은 간다>에 와서는 꽤 사실적이 되었었다. 그런데 <행복>에서는 그 현실감의 정도가 더 강해졌고, 영화가 더 아파졌다. (<외출>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어지는 선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열외로 한다.)

 허진호 감독이 인터뷰 기사에서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자기는 <봄날은 간다>가 나름대로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이 슬프다고 한단다. 나도 감독의 생각에 동의하는데 <봄날은 간다>가 슬픈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영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 주니까 사람들이 그 점이 아파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잔잔한 감정만이 흐를 뿐이지 슬픈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행복>은 확실히 아파졌다. 그건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시대가 점점 더 환타지가 아닌 사실을 요구하기에 영화도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행복>이 더 현실적이 되었다는 건 임수정의 캐릭터인 은희에서 잘 보여지는데, 은희는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지고지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캐릭터이다. 화가 나면 욕도 하고, 성질도 부린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은희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황정민이 연기한 영수도 영화 광고의 카피처럼 그렇게 나쁜 남자는 아니다. 자신이 버린 연인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오히려 순수하고 현실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은희(임수정)와 수연(공효진)이 첫 만남에서 서로를 의식하는 장면과 영수 때문에 괴로운 은희가 무작정 달리다가 쓰러지는 장면이다. 영수의 옛 여자와 현재의 여자로서 마주하게 된 은희와 수연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은 그 장면을 팽팽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은희가 시골길을 마구 달리는 장면. 보통 영화에서 마구 달리는 장면이라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기 위해서라던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물론 은희도 가슴에 맺힌 답답함 때문에 달리는 것이겠지만, 보통과 다른 점은 은희는 달리다가 죽을 수도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은희가 무작정 달린 건 죽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 장면이 참 슬펐다.

 영화는 곧 개봉이다. 허진호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봐도 후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 그동안 허진호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정말 늘 최고의 자리에 있는 배우들을 써 왔다. 한석규 - 심은하, 이영애 - 유지태, 배용준 - 손예진, 그리고 이번엔 황정민 - 임수정까지. 감독이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 오긴 했지만 늘 이렇게 톱스타들을 쓸 정도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라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영화계에서 허진호 감독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단다. 이것, 저것 행사의 장들을 맡은 것도 많고 중대 연영과 교수로서 영화계 인맥과 파워가 무시하지 못할 만한 수준이란다. 흠, 그래서 늘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것인가. 어쨌든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감독으로선 큰 행운임에 틀림 없다.

영화 <행복> 공식 홈페이지 가기.

시사회 현장.

시사회 현장 한 컷.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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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1004ant.tistory.com BlogIcon 1004ant 2007.10.03 20: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데뷔작부터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을 했군요. ^^; 대단한 감독이란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7.10.03 20: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최고의 배우들이었죠. 그것도 역시 허진호 감독의 역량이라고 봐요. 단지 돈만 많이 준다고 작업할 수 있는 배우들은 아닐테니까 말이죠. 시나리오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2. Favicon of http://goldsoul.tistory.com BlogIcon GoldSoul 2007.10.03 22: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허진호 감독의 인맥이 그렇게 탄탄했군요. 흐음-
    정말 <봄날은 간다>는 나름의 해피엔딩이였던 거 같애요.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여러번 보고 나이가 드니까 아, 그 결말이 조금의 해피엔딩이였었구나, 싶어요.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시간이 지난 뒤에 곱씹어볼수록 깊은 맛이 났는데, <행복>도 그럴까요?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허진호 감독 '다운' 작품이였어요.
    그런데 저는 황정민 캐릭터가 너무 이해가 안됐어요. 계속 나쁜놈,이라고 중얼거렸거든요. ㅠ

    아무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트랙백 남길께요. :)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7.10.04 01: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 <행복>도 곱씹어 보면 또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봄날은 간다>처럼 <행복>도 나중에 다시 보시면 영수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실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Favicon of http://unjena.com BlogIcon Hee 2007.10.04 21: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 포스팅에도 썼지만 그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천천히 먹는 게 지겹다면서 나간 황정민..
    혼자 남아 꾸역꾸역 먹는 임수정..

    그 장면부터 좀 지난 뒤에 나오지만 공효진에게 말했던,
    그렇게 사는 게 재미있니? 라는 물음처럼..
    위 장면에서는 임수정에게 그렇게 사는 게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는 듯해서..
    천천히 먹을 수 밖에 없는 임수정과..그것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내뱉은 황정민..
    혼자 남아 천천히 먹는 임수정의 모습에서 여러 생각이 느껴지던...
    암튼 명작이라 부르는 것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충분히 수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7.10.04 22: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그 장면,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장면은 예고편만을 봤을 땐
      굉장히 격한(??) 장면이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영화에선 지극히 절제된 장면으로 나오더군요.
      그리고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4. Favicon of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 BlogIcon 신어지 2007.10.04 23: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행복>을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두 사람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거죠. 그 약속을 지킨 셈이 되는 거고 그걸 통해 관객들은 어느 정도의
    위안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황정민이 망가지고 급기야 희망의 집으로
    속죄의 발걸음(또는 뒤늦게 이어가는 은희와의 사랑)을 옮기는 마지막 컷 또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7.10.05 09: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실 은희가 죽었다고 해서(음, 스포일러인가..) 영화가 슬픈 엔딩이라고는 생각치 않아요. 영화가 아펐던 건 주인공들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리고 영화가 아프다는게 슬픈 엔딩이라는 말도 아니구요.

      마지막 컷은 저는 Cinerge님과 좀 다르게 봐요. 오히려 제 생각은 감독이 자료 조사 한 것에서 얘기한 것처럼 더 현실적으로 그리려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것이 속죄라던지 혹은 사랑의 연장선이라는 문제는 제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관점이네요.

  5. Favicon of http://grey-chic.tistory.com BlogIcon 필그레이 2007.10.05 23: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허진호 감독의 개인적 파워도 작용했겠지만...배우들도 허진호 감독영화라면 사실 크게 거부할만큼 불편한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일례를 들자면 ..홍상수감독 영화는 대부분 여배우들은 기피하려고 한다더라고요.

    이제야 평을 읽으러 왔네요.잘 읽었어요.조근조근 잘 쓰셔서 어찌나 쏙쏙 읽히던지요.^_^

    저도 행복 보고 적잖이 실망은 했지만 허진호 감독 팬으로서 편은 들어주고싶어요.^^하하...장면장면마다 기억에 남지만...툭툭 아무렇게나 던지는 대사들이 기억에 남아요.특히나 공효진이 했던 말들...

    봄날은 간다 까지 디비디를 소장하고있는데 아마도 이 작품도 사버릴꺼같아요.ㅡㅜ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7.10.06 00: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런게 있었군요.
      전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나름 좋아하는데, 흐.

      잘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 허진호 감독의 모든 작품을 DVD로 소장하려구요. 지금은 하나도 없어요.

      트랙백 겁니다. 그럼.

  6. Favicon of http://colorsuri.tistory.com BlogIcon 슈리 2007.10.29 09: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봄날은 간다가 저도 과정은 슬프지만 과정을 이겨낸 상우의 관점에서 보낸 어느정도 행복함으로 나아가는게 아닌가 싶네요.

봄날은 간다
감독 허진호 (2001 / 한국)
출연 유지태, 이영애, 박인환, 신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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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국 영화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영화 <봄날은 간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극장에서였다. 당시 극장가에는 이 작품 말고도 이런, 저런 사랑류의 영화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이 영화도 처음부터 그다지 기대를 하고 본 건 아니었고 그냥 또 눈물 좀 짜내는 흔한 멜로겠거니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올 때 이 영화는 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런 흔한 영화가 아니게 되었다.

제일 처음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땐, 난 참 은수가 미웠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상우가 다른 남자와 여행을 간 은수를 쫓아가 은수의 차를 열쇠로 긁을 때는 그 열쇠 소리가 내 마음마저 긁어 놓는 것 같았다. 두번째로 영화를 봤을 때, 그때는 은수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사랑의 아픔이란걸 상우보다 더 잘 알고 있던 은수는 그런 아픔을 또 겪게 될까봐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세번째에는 상우와 은수,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게 되었다. 난 이미 두 사람을 다 아는 기분이었으니까.

다섯번째인가 여섯번째로 영화를 볼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바람이 부는 넓은 초원에서 상우가 그 바람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에 보면 상우가 은수의 콧노래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이 있다. 난 문득 상우가 바람 소리를 담고 있는 그 테잎이 은수의 노래 소리가 녹음되어 있던 그 테잎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번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왠지 꼭 그럴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물론 내 친구 한 놈은 그건 너무 억측이라고 무시해 버렸다만.)

얼마 전에는 승호님이 올려 놓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다가 잊고 있던 또 다른 것도 생각이 났다. 피가 나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다 문득 상우가 떠오른 은수는 상우를 찾아온다. 하지만 상우는 더 이상 예전의 상우가 아니고 둘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지게 된다. 바로 그 장면에서 앞쪽에 있는 상우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인사를 하고 뒤로 걸어가는 은수는 아웃 포커싱으로 처리가 되는데. 여기서 은수가 잠시 뒤를 돌아 보며 상우에게 손을 흔들 때, 비록 아웃 포커싱이지만 난 밝게 미소 짓는 은수의 얼굴을 보았다. 흐릿했지만 그건 분명히 웃고 있던 얼굴이었다. 은수는 상우와 다시 만나기를 원하며 찾아 왔던 것이었고 상우가 원치 않는다는 걸 알고 인사를 하고 떠나는 것이었는데 은수는 아주 밝게 웃었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난 그 미소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볼 때마다 늘 새롭고, 또 가슴 아린 <봄날은 간다>. 조만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면 이 영화를 또 볼 생각이다. 이번엔 꼭 돈을 모아서 DVD를 사야지.

1 : 예전에 읽었던 허진호 감독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런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자기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왔던 심은하가 10년 쯤 지난 모습이 은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단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좋아하는 영화인데 그 얘기를 들으니 언제 한 번 진지하게 두 편을 다시 보며 은수와 심은하를 비교해 봐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2 : <8월의 크리스마스>에선 남자 주인공인 한석규가 부른 곡이 있었고, <봄날은 간다>에서도 역시 남자 주인공인 유지태가 부른 그 해 봄에라는 노래가 있다. 두 곡 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인데 혹시 <외출>에는 배용준이 부른 노래가 있나? , <외출>은 아직 못 봤지만 조만간 볼 생각이다. 일반적인 평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직접 봐야 나의 평을 할 수 있을테니까.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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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uhu.tistory.com BlogIcon 중년승호 2006.12.21 10: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트랙백타고 왔슴다~
    솔직히 처음 영화를 봤을때 너무나 이해못할 두사람도 갑갑하고
    너무나 현실적이라 더 갑갑했는데
    계속 생각나고 곱씹게 되는 영화임은 틀림없는거 같아요^^
    소화기 사용법으로 여자꼬시는법도 배우게 되고^^

  2. Favicon of http://goldsoul.tistory.com BlogIcon GoldSoul 2007.10.03 2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봄날은 간다>는 제 인생의 영화예요.
    힘들 때 몇번을 봤는데, 제게 위안을 주었던 영화였어요.

    심은하의 10년쯤 후의 모습이 은수. 한번 곱씹으면서 생각해봐야겠어요.
    몰랐던 사실인데 허진호 감독이 이런 이야기도 했었군요.

    <외출>은 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실망했지만 그럭저럭 저는 괜찮았어요.
    허진호 감독의 광팬이였던 제 친구는 정말 많이 실망했다고 했지만요.
    배용준이 좀 별로였고, 손예진이 재발견이였어요. 그 뒤로 손예진이 차츰차츰 좋아졌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은수를 정말 많이 욕했었는데, 이제는 노희경 작가가 쓴 글을 이해해요.
    은수가 백퍼센트 이해가 된다는 건 아니지만, 상우도 어렸다는 걸요. :)

    • Favicon of http://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7.10.04 01: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예. 저도 <봄날은 간다>는 주저 없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주는 영화예요.
      정말 최고였죠.

      <외출>은 이 글을 적고 나서 한 번 봤는데, 나중에 몇 번 다시 보고 나서 더 생각해 보려구요.
      손예진은 그 전에도 좋아하긴 했지만, <외출>을 보면서 새삼 느꼈어요.
      연기의 폭이 참 넓은 배우이구나 하고...

      허진호 감독의 다음 작품도 또 기대 중이예요.
      언제쯤 또 만드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