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Joy

City of Joy


 <City of Joy>. 93년에 개봉했으니 15년이 넘게 지난 작품이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듣긴 했지만 보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먼저 총평부터 해 보자면 적어도 내게는 기대 이하의 영화였다. <미션>을 만든 롤랑 조페가 감독한 것인데 그가 앞의 작품에서 보여 주었던 감동과 아름다움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감독은 인간애와 사랑, 빈곤 속에서도 싹트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어했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지를 못해서 전달이 잘 되질 않는다. 예를 들자면 <좋은 생각>류의 이야기를 단순히 짜깁기 해 놓은 것 같다. 장면들의 틈새가 좀 더 부드러웠더라면 더 나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도 캘커타의 빈민 진료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국인 의사와 인도 사람들의 우정 쌓기에 가난한 자들(인도 사람들)과 헤메이는 자(Patrick Swayze)의 자아 찾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어린 환자를 살리지 못한 자괴감과 스스로에 대한 의미를 잃어 버린 채 인도로 도망쳐 온 미국인 의사.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할 줄 모르고 힘 있는 자에게 굴복해 사는 가난한 인도 사람들. 그랬던 이들이 무료 진료소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만나 서로를 변화 시키고 감응해 가는 내용이 영화의 핵심이다.

 보호비를 내지 않겠다며 진료소를 옮겼던 이들이 다른 주민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갑작스레 쏟아진 빗줄기가 나환자촌 마을을 휩쓸어 가는 고난은 이들이 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대부에게 충성하고 따르는 것만을 최선으로 알던 인력거꾼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깨우쳐 가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항의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 간다.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소명을 잃고 헤메이던 미국인 의사도 이곳 진료소에서의 생활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다시 찾게 된다. 밤에 린치를 당하며 집으로 돌아가라는 협박을 당한 의사가 짐을 싸들고 진료소를 찾아 가는 장면은 그가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완전히 깨달았다는 걸 보여 준다.

 마지막에 하사리가 아쇼카(거리 불량배들의 우두머리)를 때려 눕히는 장면은 하사리가 자아를 찾게 되는 과정이다. 다친 하사리의 쾌유를 빌며 인력거꾼들이 종을 흔들며 모인 장면은 인도 사람들이 자신을 찾게 되었다는 걸 보여 준다. 그리고 하사리의 딸인 암리타의 행복한 결혼으로 영화는 자신을 찾게 된 모든 이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이며 즐기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번역하자면 '기쁨의 도시'인 이 영화의 제목은 어찌 보면 역설적이다. 농사를 망쳐 가족이 다 같이 도시로 올라온 하사리 가족은 첫 날부터 사기를 당하고, 생계를 위해 어린 나이에 몸을 파는 푸미나에게 희망이란 없어 보인다. 거리의 대부에게 굴복해 충성을 맹세하는 인력거꾼들에게 기쁜 삶이란 어디 있으며 제대로 진료도 받지 못하고 도시 구경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한 나환자 부부에게 기쁜 일이란 무엇이 될 것인가? 어디 아늑한 집 안에서 이 영화를 보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보기엔 이 도시에 과연 '기쁜' 일이란 것이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사실 영화의 제목은 이곳이 처음부터 '기쁨'이 흘러 넘치는 곳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 도시가 '기쁨'이 넘치는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력거꾼들끼리 뭉쳐 대부 아들의 폭정을 이겨 내고, 지참금이 부족해 결혼할 수 없었던 하사리의 딸이 결혼을 하고, 미국인 의사 맥스는 잃어 버렸던 자신을 찾았다. 고난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찾아 온 건 결국 '기쁨'이다. 그렇게 이곳은 '기쁨의 도시'가 되어 가는 것이다.

 영화는 캘커타 외곽에 대형 세트장을 지어 놓고 찍었다고 하는데 최대 2만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다고 하니 실제 인도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진짜와 같은 인도 풍경들로 화면 속에 잘 살아 났다.

 남자 주인공인 맥스(Patrick Swayze)의 연기는 그럭저럭이다. 그보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인도인 배우들의 연기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조연을 맡고 있는 하사리의 연기는 아주 뛰어났다.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위해 변해가고 투쟁하는 그의 눈빛과 표정 연기는 살아 있다. 인도 영화가 볼리우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영화 산업 강국인 이유는 이런 뛰어난 배우들의 힘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일 테다.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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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2.21 18:0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확실하게 들어나는 주제 보단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더군요. 영상이나 배경면에서는 아주 흥미롭고 신비하고 하사리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것은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인도배우라 그런지 자료수집이 만만찮더군요.
    그 나라를 대놓고 찬양하거나 좋은나라라고 몰아붙이기 보단 어두운면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므로 인해 환상만 심어주지 않고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아 좋았어요.

    • Favicon of https://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02.21 22: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하사리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죠.
      스토리 자체가 찬양하는 영화도 아니고, 매우 사실적이었지만
      그래도 의도적으로 희망을 과하게 넣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어요.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2.21 18: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ps. ost는 명곡입니다.

    • Favicon of https://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02.21 22: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ost는 모리꼬네였죠? 들으면서 알겠더라구요.
      모리꼬네의 휠~(뭐, 요즘은 이렇게 써야 한대요.;;)이 느껴지는 음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