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jarim.

여행과 사진 2010. 4. 16. 1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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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sb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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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tius

여행과 사진 2010. 1. 24. 22:47 |
사용자 삽입 이미지

Republic of Mauritius, Dec.,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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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Dec., 2008.

여행과 사진 2009. 1. 8. 08:29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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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noranbanana.tistory.com BlogIcon 노란바나나 2009.01.08 10: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따뜻한 느낌이 좋아요:)

Seoul. Dec., 2008.

여행과 사진 2009. 1. 6. 22:26 |
Seoul

Seoul. Dec.,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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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 2008. 11. 4. 21:30 |
S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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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kumdochef.tistory.com BlogIcon 홍콩달팽맘 2008.11.08 1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투명한 유리잔.. 유리 티팟.. 너무 예뻐요.
    거칠거칠한 사진의 질감까지... 너무 맘에 드는 사진인데요..^^

동물원

여행과 사진 2008. 9. 3. 00:31 |
동물원

August, 2008. Seoul Gran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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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ninabrisa.blue2sky.com BlogIcon 니나브리사 2009.03.04 09: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바위풀님^^ 잘지내시죠?
    오랜만에 들러봤어요^-^

    전 저 사진, 미술관인줄 알았어요! 와~~~~사진 정말 ^0^/

    • Favicon of https://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9.03.07 23: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와, 니나님~
      반갑습니다. :)

      조금은 정신 없기도 하고,
      자꾸 흐트러지지 않기도 하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치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나도.

여행과 사진 2008. 9. 1. 21:54 |

동피랑

June, 2008. Dongpirang.

김아름 ♥ 이설찬 사귐.

나도 사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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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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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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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리스본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보는 리스본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눈부신 햇살, 그림 같은 집들, 드넓은 푸른 바다까지 모두 다. 몇 주 동안 우중충한 독일의 겨울 하늘만 보다가 이곳으로 오니 거의 지상 낙원에 온 기분이다. 한 겨울에 이런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리라.

리스본

리스본, 햇살 좋은 날

 내 몸의 반만한 캐리어를 끌고 미리 예약해 둔 호스텔을 찾아 갔다. 여권을 받아 체크 인을 하던 카운터의 직원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쳐다 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야, 믿을 수 없는 걸? 생일 축하해!"
 "헤헤, 고마워."

 이국에서 보내는 생일. 집에서 생일을 보내 본 적이 언제였던지 가물가물하다. 몇 년 전에는 폼페이를 다녀 오는 기차 안에서 생일을 맞았고, 또 강원도에서, 다시 대륙의 서쪽 끝에 와서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밤은 호스텔의 친구들과 가볍게 와인으로 생일을 축하했다. 일행과 기타는 하루, 이틀 정도가 더 지나야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리스본

골목길 산책

 크리스마스에는 리스본 구시가 이곳, 저곳을 거닐었다. 아마 우리 나라였다면 정신 없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곳은 한적하기 그지 없다. 이브에는 조용히 예배를 드리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날은 조용히 집에서 휴식을 갖는 것이 유럽의 대체적인 풍경이었다. 물론 밤새 술을 마시고 밖에서 시끄럽게 노는 젊은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언덕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리스본을 산책하는 것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내 안에 들어 오는 모든 것들과 시선을 마주하며 거리를 걸었다. 해변을 따라 햇살을 받고 서 있는 파스텔 톤의 집들, 골목 중앙에 얼기설기 얽혀 있는 트램 라인들, 석양을 뒤로 한 채 어둠 속으로 가라 앉는 다리들.

리스본

동화 같은 파스텔톤의 집들

리스본

트램 라인

 숙소로 돌아 오니 일행과 기타가 도착해 있다. 이게 얼마 만인가. 기타와는 헤어진 지 한 달만에 만나는 것 같았다. 모두 무사했구나. 깁스한 손을 들고 기타와 인사를 나눴다. 왠지 멋쩍고도 반가운 웃음. 간만에 회포를 푸는 우리는 다들 이야기들이 한 가득이었다.
 
로카곶, 여정의 끝

 미리 와서 기다리기를 한 시간여쯤 지났을까? 위쪽에 일행과 기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끝이구나. 길었던 시간이었다.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 오는 일행들을 보며 "나도 저기에 함께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잘했다. 스스로에게 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부끄럽지 않은 끝을 보았다.

로카곶

로카곶에 간 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로카곶 표지판을 지나치면서부터 울기 시작했다는 기타는 얼굴이 눈물 자국으로 범벅이다. 그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가는 모양이다. 다들 대륙의 서쪽 끝을 상징하는 비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 보는 동안, 난 가만히 서서 바람을 맞아 보았다. 날씨도 좋았고, 하늘은 푸르르고, 바다는 적당히 고요했다. 오늘의 로카곶은 확실히 우리를 반겨 주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이 바람이 만나고 싶어 그 먼 길을 달려 왔던 건가 보다. 대륙의 동에서 서까지 참 멀고도 험했던 그 길을......

로카곶

대륙의 서쪽 끝, 로카곶

 한동안 말 없이 바다를 바라 보았다. 때로는 분명히 힘들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즐거웠던 시간들이다. 새벽까지 계속되던 라이딩은 고요한 추억이 되었으며, 몇 겹을 껴 입고 달리던 발칸의 추위는 하얀 설경 속에 포근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언제 또 한 번 이런 시간, 이런 기회를 갖게 될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이 느낌만은 잊지 않고 내 가슴 속에 담아둘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와 같은 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다시 만나게 되는 시간을 놓치진 않을 것이다.

기타

질질 짜던 기타도 사진 찍을 땐 멋진 포즈를 취했다

나

나도 한 컷,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가 완전 엉망이었다

연재를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여행에 대해 질문을 한다. "어땠어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무엇을 얻었나요?"

 "좋았어요. 한 번쯤 해 볼만한 경험이었지요."
 "에이, 그게 다예요? 좀 더 길게 얘기 좀 해 봐요."

 그런데 막상 길게 얘기를 할까 하면 또 더 짧게 듣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어땠다라던지 라는 식으로. 하지만 길 위에서의 8개월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마주 했고 많은 생각들을 했다. 무언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는 경험과 시간들. 이곳에서의 소중한 기억만큼 저곳에서의 추억과 인연도 소중했다.

 시안의 유스호스텔, 파키스탄의 라시드와 소장님,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풍경들, 미로 같던 이란의 야즈드, 터키의 케난과 바키 할아버지, 기대만큼 사랑스러웠던 류블랴나...... 그 속내 하나하나까지 전부 말로는 적지 못한다. 아마 이 여행기는 사람들의 그런 질문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남겨 두는 추억과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청장님이 처음 연재를 해 보자고 했을 때 사실 적잖이 놀랐다. 어디다 내 놓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일기들이었다. 처음 약속 드렸던 것처럼 끝까지 같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더불어 이런 지면을 할애하고 기회를 주신 청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늘 시간에 맞추고자 노력했지만 가끔씩 원고를 늦게 보냈던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말씀 없이 잘 정리해 주시고 업데이트 해 주신 신영주님, 송정아님께도 감사 드린다.

 아울러 부족한 글 읽어 주신, 이곳을 찾아 오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 드린다. 언젠가, 어디선가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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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amasworld.tistory.com BlogIcon 다마 2008.04.14 23: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우~ 직접 작성하신 기사인 모양이네요~ 힘은 좀 들겠지만,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2. Favicon of https://raycat.net BlogIcon Raycat 2008.04.16 21: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흐 멋진곳을 다녀오셨군여... 언제나 한번 가볼려나...

  3. TomCat 2008.04.18 00:5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수고 하셨어요~

  4. Favicon of http://blog.daum.net/punky_insun BlogIcon 낭만원숭 2012.06.08 08: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연히 들어와 여행기를 읽고 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했어요. 멋진 글 덕분에 기분 좋은 밤이었네요.
    감사합니다.^^

이탈리아도 선진국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풀밭 위의 식사

풀밭 위의 식사

 
이탈리아 하면 일반적으로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로마, 피렌체, 밀라노 등의 유명한 관광지들과 세리에 A 축구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피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선진국이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그들이 선진 8개국의 모임인 G8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히려 이탈리아 하면 조금은 감정적이고 게으른 남유럽 국가가 떠오르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왠지 유럽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조금은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제노바

제노바는 바다와 산이 마주하고 있는 항구 도시이다

  그런데 이런 이탈리아도 선진국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는 일을 겪게 되었다. 제노바를 빠져 나가던 날 오전이었다. 앞서 가던 일행이 충돌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길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가 갑자기 문을 열면서 부딪친 것이다. 차 문이 심하게 찌그러져서 제대로 닫히지 않을 정도로 충격이 큰 사고였다. 운전자는 곧 우리를 데리고 근처의 경찰서로 갔다.

 그리고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운전자가 경찰서에 가서 한 일이라고는 자신의 보험 번호와 연락처를 적어 놓고 간 것뿐이었다. 이후 병원에 가고 추가 숙박비 및 진료비, 자전거 수리비, 위로금을 지불해 준 것은 보험 회사였다. 물론 요즘 우리 나라도 교통 사고가 나면 보험 회사들이 이것저것 출동해서 해결해 주고 하기는 한다. 하지만 자전거와 차와의 사고였고 게다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이래 저래 복잡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오직 사고 운전자의 보험 가입 번호만 알고 있음으로써 여러 일을 손 쉽게 다 처리할 수 있었다.

앰뷸런스

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한 컷

  선진국이 선진국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경제력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기본적인 사회 제도와 규칙이 잘 정비되어 있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자가 좋은 사람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바로 경찰서로 가 사고를 신고해 주고 외국인인 우리도 큰 어려움 없이 여러 처리가 바로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이탈리아의 제도와 의식이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뒷골목

제노바 항 근처의 뒷골목은 한낮에도 혼자 다니기엔 조금 겁이 나는 곳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창녀들이 문간에 서 있으면 살찐 아저씨들이 그들의 손을 부여 잡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2006년 12월 1 저녁 7시

 제노바를 떠나면서부터는 남 프랑스의 환상적인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오랜만에 라이딩을 만끽했다. 11월 말의 코트 다쥐르는 라이딩 하기 좋은 햇살로 가득 차 있었고 따뜻한 미풍도 불어 주었다. 하지만 이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06년 12월 1 저녁 7, 주위는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차들이 다녔다. 왕복 2차선, 좁은 산길인 이 언덕만 넘으면 오늘의 목적지였다. 기운을 내 힘차게 오르막길을 오르던 때였다.

 갑자기 "" 소리와 함께 눈 앞으로 작은 조각들이 흩뿌려졌다. ",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한 건 한 순간이었다. 난 곧바로 손을 부여 잡고 쓰러져 버렸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무슨 일인지도 잘 몰랐다. 내 옆을 지나가던 흰색 트럭이 저 앞에 차를 세우고 있었다.

 앞서 가던 일행이 비명 소리를 듣고 정신 없이 내게로 달려 왔다. 주위도 어두웠고, 놀라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것만도 시간이 걸렸다. 내 옆을 지나가던 차가 날 치고 지나가면서 사이드 미러가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경황이 없던 나는 앉아서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지나 가던 차들이 자전거가 쓰러져 있으니까 차를 세우고 몰려 오기 시작했다. 나를 친 차량은 저만치 앞에 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려 우릴 지켜 보고 있었다. 앉아서 손만 부여 잡고 있던 나는 그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곧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참을 기다려도 멀리서 바라 보기만 할 뿐 이쪽으로 올 기미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내가 몸을 일으켜 세워 그쪽으로 다가가려 할 바로 그때였다. 내가 일어나 다가 오는 것을 본 운전자가 잽싸게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제길!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리길래 당연히 올 줄 알고 기다렸더니 그 자식이 상황을 살펴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난 정신이 없던 터라 내 옆에 있던 일행에게 앞에 서 있던 차가 날 친 차라고 말하지도 못했었다. 그저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망할 놈의 자식이 도망가 버린 것이다.

코트 다쥐르

코트 다쥐르의 해안 도로. 이곳을 달리는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부러졌어요?

 다행히 다른 운전자들이 교통 정리를 해 주고, 경찰과 앰뷸런스를 불러 주어 난 무사히 병원에 올 수 있었다. 앰뷸런스에 자리가 없어서 경찰서로 먼저 갔던 일행이 뒤늦게 병원으로 오고, X-ray를 찍은 후에 진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이야 정신이 없어서 아픈 것 같았지만 병원으로 오는 앰뷸런스 안에서 안정을 되찾은 나는 큰 부상은 아니겠거니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큰 통증도 없었고 별다른 느낌도 없었다. 뼈가 다친 것만 아니라면 며칠 쉬다가 다시 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 때 의사가 X-ray 사진을 들고 들어 왔다.

 "부러졌어요."

 난 두 번, 세 번을 되물었다.

 "부러졌어요? 통증도 그다지 없고 별로 느낌도 없는데?"
 "
이 사진을 봐요. 여기 보이죠? 이 부분이 부러졌어요."

 멍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던 일행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뼈가 부러지는 건 우리가 가정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뼈가 붙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라이딩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의사의 말로는 4~5주 이상은 걸릴 거라고 했다.

 그날 밤, 지친 몸을 추스르고 숙소를 잡은 우리는 둘 다 말이 없었다. 자리에 누워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방 안은 무거운 적막감만 감돌았다. 서로 먼저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이제 난 더 이상 라이딩을 할 수 없었고 일행은 혼자 남은 길을 가야만 했다.

 밤새 쉽사리 잠이 들질 않아 뒤척였다. 한국을 떠난 지 7개월째였다. 이제 남 프랑스에 들어 왔으니 리스본은 정말 코 앞에 있었다. 그런데 난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뼈가 부러진 것만 아니었다면 억지로라도 라이딩을 해 보았을 텐데 그럴 수도 없었다. 정말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수 많은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이곳까지 왔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뺨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며칠 간 사고 처리를 위해 더 머무른 후 일행과 헤어지게 되었다. 난 친척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고, 일행은 기타와 연락해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둔 상태였다. 난 같이 달릴 수는 없는 대신 뒤에서 백업맨이 되어 주기로 했다. 리스본에 도착할 즈음의 숙소와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편을 미리 예약하고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기차에서 먼저 내려 일행을 배웅하고 난 북쪽으로, 일행은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랑스 경찰은 CSI가 아니다

 사고 다음 날 몇 가지 처리를 위해 경찰서로 찾아 갔을 때, 난 경찰이 당연히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전날 사고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사이드 미러를 경찰에게 증거로 주었다. 사고가 난 곳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대사관에 전화를 했을 때 오히려 우리에게 지도 상의 위치를 물어 올 정도로 지방의 소도시였고, 사고가 난 길은 두 도시를 오가는 출, 퇴근 차량들이 늘 오가는 길이었다. 거기다가 차에서 떨어져 나온 사이드 미러도 있었으니 부품 번호를 조회해서 차량을 알아낸다 던지 근처 정비소 몇 곳만 뒤져도 바로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경찰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 플라스틱 조각으로 어떻게 범인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어두워서 차량 번호도 보지 못했고, 명확한 차종도 알지 못하니 도리 없다는 투였다. 나중에 대사관의 이야기를 들으니 프랑스 경찰의 반응은 귀찮음이 가장 큰 이유였던 듯 했다. 아주 큰 부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었기에 정식 사고 접수를 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그들에게 일거리 하나만 늘려 주는 꼴이었던 것이다.

 아마 CSI라면 부서진 사이드 미러 조각에서 무언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과학 수사의 환상에 빠져 있던 것인지도 몰랐다. 결국 그렇게 사건은 영구 미제(??) 뺑소니가 되어 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고 운전자는 우리가 외국말로 떠드는 것을 보고 도망가지 않았나 싶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이고 하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가끔씩은 그 사람이 혹시 불법 체류자는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사고를 낸 것이 덜컥 겁이 났을 것이고 두려웠을 것이다.

 
, 좋게 생각하자면 좋은 쪽일 수도 있으니까 이제는 찾지도 못할 범인을 탓하고 있을 노릇도 아니다. 반은 우스개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프랑스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는 것도 쉽사리 하지 못할 경험이기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하룻밤 술자리 안주 거리 정도는 되지 않겠나.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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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eydude.tistory.com BlogIcon 오만과 편견 2008.03.21 21: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 너무 부러워서 역주행 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너무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포기했었는데..

    저는 자전거 보다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고 싶었거든요.

    너무 재밌고 부럽네요 ^^

    • Favicon of https://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03.22 11: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핫, 역주행 하셨군요~

      그런데 오토바이나 자동차였나요?

      그쪽도 재미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경비 소요가 장난 아니었던 듯.

  2. Favicon of https://jellyspace.tistory.com BlogIcon 젤리빈 2008.03.26 13: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놀러왔다가 흥미로운 여행기길래 (전 자전거를 못타거든요 으하하;;; 균형을 잘 못잡아서인지 무서워서..) 읽었는데 많이 안다치셨다니 다행이예요ㅠㅠ 친구분과 부딪힌 운전자가 좋은 사람이라 아래 언급된 사람도 좋은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였군요. 에잇 몹쓸사람!

한밤의 공동 묘지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기타도 하루 일찍 떠나고, 일행도 무릎 상태 때문에 차량으로 이동을 하기로 결정해서 류블랴나부터 베네치아까지는 혼자서 라이딩을 해야 했다. 여기서부터 베네치아까지의 거리는 대략 300km가 조금 안됐으므로 넉넉히 잡아 3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틀이면 충분히 도착할 것 같았다. 일행과 베네치아에서 만날 호스텔을 정하고 아침 8시 길을 떠났다.
 
 류블랴나를 떠나 슬로베니아를 빠져 나가는 길은 예상 외로 힘들었다. 지도를 보면서 높은 언덕을 하나 정도 지나겠거니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래에서 시작해 꼭대기의 마을과는 고도 차이가 거의 1,000m 정도는 나지 않나 싶었다. 거기에 오르막길의 중간 지점부터 슬슬 끼기 시작한 안개가 정점을 찍은 이후에 굉장히 짙어져서 내리막길은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라이딩을 해야 했다. 마주 오는 차가 거의 5m 안에 들었을 때에야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형광색 조끼를 걸쳐 입고 후미등을 켠 후에 시속을 10km 안팎으로 유지하면서 천천히 내려 왔다.

안개

안개 낀 산길

 높은 고도와 안개 탓에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슬로베니아의 국경 도시에 도착했다. 이미 주변은 어둠이 잦아 들고 있었다. 이 곳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 지는데 내가 가야 하는 곳은 몬팔코네 방향이었다. 다른 쪽으로 가면 해안선을 타고 가 언덕은 없었지만 베네치아까지의 거리가 더 멀었다.

 몬팔코네로 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스산했다. 오가는 차도 드물고 가로등도 거의 없어 내 랜턴 불빛에만 의지해야 했다. 그런데 그 스산함은 다 이유가 있었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길 옆 풀섶으로 들어가 볼 일을 보고 있을 때였다. 자세히 살펴 보니 내 앞에 펼쳐진 것이 공동 묘지였다. 늘어서 있는 십자가들과 봉분들. 불빛도 없고 인적도 드문 곳에 공동 묘지라니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난 잽싸게 볼 일을 마친 후 얼른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타고 페달을 밟았다. 주위를 둘러 보니 제법 많은 십자가들이 눈에 띄었다. 그 다음부터 몬팔코네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정신 없이 달리고 보니 어느 새 몬팔코네였다. 도대체 왜 그런 한적한 곳에 묘지터가 있었던 것 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적한 곳에서, 그것도 변변한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다시 달리고 싶지는 않던 길이었다.

"Venezia 10km"

 오후 6시, 주위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할 무렵 "Venezia 10km"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만났다. 드디어 도착이구나. 문득 벅찬 기분이 들었다. 3년 전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언젠가 꼭 다시 와야지 라고 다짐했다. 너무도 아름답고 마음에 들어서 꼭 한 번 더 찾아 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짐처럼 다시 이곳 베네치아에 왔다. 하지만 사실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도대체 누가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제 저 앞에 보이는 다리만 건너면 베네치아였다. 일행은 먼저 도착해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약속했던 호스텔로 찾아 갔지만 그곳에 자전거를 끌고 온 한국인 여행객은 없었다. 게다가 빈 방마저 없어 난 결국 다른 숙소를 잡아야 했다. 화장실도 딸려 있지 않은 작은 방. 이틀 동안 장거리를 뛰느라 누적된 피로가 몰려 왔지만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베네치아에서 이 정도의 숙소라도 감지덕지였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근처 피자 가게에 들러 끼니를 때우고 3년 만의 베네치아 입성을 기념할 겸 이곳, 저곳을 거닐었다. 늦은 시간의 산 마르코 광장을 보고 싶어 발길을 그쪽으로 돌렸는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길을 찾기가 힘들고 인적도 드문 으슥한 골목길들을 혼자 다니기도 뭣해서 다시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대운하

대운하의 밤 풍경

 웬만한 곳에 가서도 길을 잃는 다던지 헤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베네치아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던 곳이었다. 단지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사람 한 명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길들에 그 끝에 불쑥 나타나곤 하는 수로까지 보고 나면 길을 잃고 정말 무슨 일을 당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운하

수로를 연결하는 수백 개의 다리들이 있다

골목

사람 하나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길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은 곧 새로운 골목,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를 내게 안겨 주었다. 졸업하는 친구를 축하하며 잔치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고,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에 소품으로 쓰였다는 가면 가게를 만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이라는, 문 밖으로 바로 수로를 바로 마주하고 있는 서점도 만날 수 있었다.

가면 가게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에 소품을 공급했다는 가면 가게.

베네치아 기행, 진정한 물의 도시

 벨기에의 브뤼헤, 중국의 소주 등은 때로 북유럽의 베네치아, 동양의 베네치아라는 칭호를 듣기도 하는 곳들이다. 그 도시들에도 도시 안을 따라 흐르는 운하들이 있었고 제법 물의 도시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난 진짜 베네치아에 와 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네치아

베네치아 풍경

산 마르코 성당

사계절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산 마르코 광장과 성당

 좁은 물길을 연결해 주는 수 백 개의 다리들과 백여 개가 넘는 섬들. 대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바포레토와 좁은 수로 사이를 누비는 곤돌라. 문을 열면 바로 배를 타고 외출할 수 있도록 수로와 잇닿아 있는 출입문. 모두 이곳이 아니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풍경들이었기에 "물의 도시"라는 칭호는 오직 이곳 베네치아만이 받을 자격이 있었다.

풍경

베네치아 풍경

곤돌라

곤돌라

곤돌라

곤돌라들은 화려한 장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베네치아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과 성당, 매년 2월의 카니발 축제,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 오~솔레미오를 부르는 곤돌리오네가 노를 젓는 곤돌라 등 유명한 관광 상품과 명소들이 많다. 모두 아름답고 멋진 풍경들이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

카니발 가면

카니발 가면. 사람들은 가면을 썼을 때만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한 베네치안이 말했다

카니발 가면

형형색색의 카니발 가면은 이곳의 특산품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가면들은 굉장히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운하의 도시, 미로 같은 물의 도시라는 이곳 베네치아를 제대로 느껴 보고 싶다면 아무런 계획 없이 걷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저곳을 거닐면서 대운하를 건너는 3개의 다리도 모두 건너 보고 운하 사이사이로 들어 앉아 있는 집들도 구경하고 물과 공존하고 있는 이곳의 풍경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베네치아를 보는 길인 것이다.

흐린 날

흐린 날의 대운하 풍경. 대운하는 베네치아의 중요한 교통로이다

베네치아 풍경

베네치아 풍경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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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2012history.tistory.com BlogIcon 청춘이다 2008.03.09 01: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베네치아 정말 신기하군요;;

슬로베니아에 들어오다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
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슬로베니아

슬로베니아 시골길 풍경

 자그레브를 떠나 슬로베니아로 들어 오는 길은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었다. 겨우 30km 남짓한 거리인데도 출발한지 네 시간 가까이 되어서야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탈 수 없었기 때문에 국경으로 향하는 국도를 계속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고속도로의 갓길로 국경까지 갔다. 그 와중에 끝까지 지방도를 찾아 봐야 한다는 기타랑 의견 충돌이 있었고, 또 고속도로로 들어 와서도 경찰에게 설명을 하고 오느라 이래저래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그렇게 여차여차 해서 국경까지 왔지만 슬로베니아에서의 라이딩도 만만치 않았다. 이곳에서도 계속 지방도를 타고 가야 했는데 가지고 있던 지도와 도로 표지판이 잘 맞질 않아 한참을 헤맨 후에야 제대로 된 길을 찾곤 했다. 그렇게 슬로베니아에서 첫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해서 류블랴나에 들어온 시간은 밤 여덟 시가 다 되어서였다.

식당

국도변 휴게소 식당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 류블랴나

드래곤 브리지

류블랴나의 상징, 드래곤 브리지

 이런저런 고생 끝에 류블랴나에 도착한 나는 작은 기대감에 차 있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 광양의 지인 집에 들를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처음 보는 월간지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류블랴나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었다.

 "류블랴나는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도시가 간직한 그만의 아름다움 때문에 얼마 전부터 서유럽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 받기 시작하고 있는 곳이다."
 
 이 중에서 내 눈길을 잡아 끈 것은 도시의 이름이 간직하고 있는 뜻이었다.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난 전에는 들어 보지도 못했던 이 도시에 대한 작은 환상을 간직한 채로 이 곳에 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집

수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집들의 풍경

 그리고 류블랴나는 그런 나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작은 도시라 세 시간 정도면 전체를 다 보기에 충분할 거라고 얘기했지만 천천히 구석구석의 숨겨진 아름다움들을 보고 있자니 그 정도 가지고는 부족했다. 오래된 류블랴나 성에도 올라가 보고, 수로를 따라 걸으며 색색의 집들이 서 있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중심가의 광장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길거리 가게들, 맥도날드가 있는 시내 중심가도 재미 있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이곳 저곳에서 새로운 풍경들이 눈을 사로 잡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류블랴나

류블랴나 시내

농구장

호스텔 옆의 농구장은 온 벽이 그래피티로 가득 차 있었다

 오후 늦게 올라간 류블랴나 성에서는 얕게 깔려 있던 구름 사이로 새어 들어와 온 도시를 비춰 주는 햇살을 만났다. 마치 태양마저도 이 도시가 왜 사랑스러운 곳인지 알려 주려는 것 같았다. 구석구석에 따스한 햇살을 드리우면서 '여기 좀 봐 줘."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류블랴나

따뜻한 햇살이 도시를 비춰 주었다

베네통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가게. 완전히 베낀 가짜인 줄 알았는데 진짜 베네통에서 나온 이너웨어 브랜드였다

안녕, 기타

 터키에서부터 3주 정도를 함께 했던 기타와 헤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류블랴나에서 하루 더 휴식을 취하는 동안 기타는 먼저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기타는 이곳을 떠난 후에 베네치아를 거쳐 피렌체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랑 경로도 조금 달라졌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타를 붙잡고 밤에 미리 사 두었던 쵸콜렛 한 봉지를 비상 식량으로 쥐어 주었다. 제법 많은 얘기도 나누고 친해졌었는데 이렇게 헤어지려니 조금 아쉬웠지만 서로의 길이 있었기 때문에 붙잡을 순 없었다. 대신 모두 다 무사히 리스본에 도착해서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떠나는 기타를 배웅했다.

기타

기타가 떠나던 날 아침 함께 사진을 찍었다

조지아 주 아가씨, Chloe + Leah

도미토리

평화로워 보이던 도미토리의 아침 풍경

 호스텔의 도미토리에 커다란 기타를 둘러멘 아가씨 두 명이 들어 왔다. 낮에 시내에서 만났던 길거리 예술가들이었다.

 "안녕. 조지아에서 온 Chloe야."

 옆에 있던 친구가 말을 건넨다.

 "조르지아(그루지야 - 독립국가연합)?"
 "아니, 아니. 조지아 주(state). 미국에서 왔어."

 둘은 미국에서 온 자매였는데 간간이 공연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쾌활함으로 가득한 이들은 방에 들어 와서도 이리저리 인사를 하며 분주하더니 밤에 호스텔 뒤쪽의클럽에서 공연이 있다며 사람들을 초대했다. 활기차게 휘젓고 다니는 둘이 있으니 방 안의 분위기도 왠지 모르게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날 밤의 공연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쌉싸름한 맥주 한 잔과 함께 감상한 둘의 음악은 컨츄리 뮤직부터 랩까지 다양했는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실력도 괜찮았다.

Bar Ch.0

공연이 있던 Bar Ch.0

 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이탈리아였는데 이곳 저곳 공연할 곳을 찾아 다니며 여행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으니 기타 하나 달랑 매고 떠나는 여행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음악 여행, 혹은 사진 여행처럼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음악과 함께 하는 여행, 사진이 있는 여행 정도가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음악이나 사진,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이들의 쾌활함은 둘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때로 이들처럼 주변 모두에게 즐거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의 만남은 간혹 여행에 지쳐 있던 다른 이들에게 작은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한다.

Chloe+Leah

조지아 주 아가씨, Chloe + Leah

  기타도 떠나고, 일행의 무릎 상태도 좋지 않아 이곳부터 베네치아까지는 혼자만의 라이딩을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살짝 긴장해 있던 나에게 이 음악 자매와의 만남은 한 알의 비타민 같은 것이었다. 약간 경직되어 있던 몸도, 마음도 풀리고 새로운 기운으로 자신을 충전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 또 힘을 내서 달려 봐야지. 이곳만 떠나면 드디어 이탈리아, 이제 목적지인 리스본도 눈 앞에 보이고 있다.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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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코 크로캅의 고향, 크로아티아

 이 여행기는 노매드 미디어(http://nomad21.com)에 격주로 연재 되는 것을 옮겨온 글입니다. 노매드에 기사가 올라간 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노매드의 자체 편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고속 도로변의 숙소를 출발한 지 한 시간 만에 국경에 도착했다. K-1 선수 미르코 크로캅의 고향이기도 한 크로아티아는 같은 이유로 기타가 제일 기대하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크로캅은 자국에서도 유명 인사인 모양이었는데 길에서 만난 한 꼬마는 자기가 크로캅의 팬이라며 말을 걸어 오고, 자그레브에서 만난 한 경찰은 크로캅이 자신의 무술 교관이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크로캅은 경찰 출신이었기에 자신의 별칭을 그렇게 정했고, 크로아티아에서는 국민 영웅 정도의 대접을 받는 것 같았다.

기타

기타 노부유키, 크로아티아 입국 기념 킥!

  크로아티아에 들어오면서부터는 경찰들이 고속도로로 라이딩을 하는 것을 금지하여 국도로 라이딩을 해야 했다. 하지만 거리는 좀 더 멀어지고 길 상태는 안 좋아졌을지 몰라도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넉넉한 교외 풍경들과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맛은 더해졌다.
 
 입국 첫날은 국도 라이딩의 여파로 예정보다 거리가 길어져서 거의 40km를 넘게 더 달렸는데 야간 라이딩 중에 굉장히 멋진 풍경을 만났다. 분명히 달이고 어두운 하늘엔 별까지 떠 있었는데 달이 마치 석양처럼, 아니 그보다 더 붉게 물들어 있던 것이다. 그렇게 붉은 달을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사진만 언뜻 보면 마치 지는 해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붉은 달

붉은 달

 둘째 날은 함께 라이딩을 하던 일행의 무릎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예정보다 일찍 숙소를 잡았다. 예전에 한 번 다친 적이 있는 무릎이라 했는데 계속된 라이딩 때문에 무릎에 피로가 누적되었던 것이다. 결국 다음 날은 기타와 나만 라이딩을 하고 일행은 차를 타고 이동한 후 자그레브에서 함께 합류하기로 했다.

 기타와 둘이서만 라이딩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부터 함께 했던 일행이 얼마나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존재인지를 문득 깨닫게 되었다. 때론 서로 불편한 시간도 있었고 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을 함께 했던 지금까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힘이 되 주고 있던 것이다. 자그레브에 도착하면 다시 기운을 차려 꼭 함께 달려야지라고 생각하며 난 다시 힘차게 페달을 굴렸다.

당구

식사 시간을 이용한 당구 한 판. 지는 사람이 내는 거야?

한적한 일요일 아침의 자그레브

 자그레브에서 첫 산책을 시작한 아침은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도 적었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몇몇 사람들과 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 조금을 빼면 인적이 드물었다.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은 도시에 고색을 더하려는 것 같았지만 대개가 현대식으로 리노베이션된 건물들은 그다지 옛스러울 것이 없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터벅터벅 걷다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시내 주변부에 있는 작은 성당이었다. 마침 내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미사가 시작되었는데 대여섯 명의 현지인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시의 조용한 분위기에 빠져 있던 나도 잠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차분하게 앉아 있다가 성당 밖으로 나왔다. 오후에는 미리 팜플렛을 봐 두었던 <Nordic Cut>이라는 사진 전시회에 다녀 왔다.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사진들을 보여 주는 전시회였는데 세가지 색의 아크릴판으로 한 장의 사진을 삼등분해 보여 주고 있는 사진과 거대한 숲 속에 조명을 비추고 나무들에 여러 다국적 기업들의 상징이 표시되어 있는 사진이 인상 깊었다. 두 명의 소녀가 높은 지붕 위에서 서로를 향해 질주하려 하고 있는 <Game #1>이라는 사진이 있었는데 작가 정보를 보니 곽현진, 한국 사람이다. 소속이 Helsinki School인걸 보니 아마 그쪽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인 듯 했다. 낯선 나라에서 이런 사진전을 본 것도 흥미로웠는데 마침 그 속에 한국인 작가도 있다니 더 재미있었다.

자그레브

자그레브 시내

 야경을 찍으러 시내 중심가를 돌아 다닐 때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떼의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에 별 신경은 쓰지 않고 지나갔는데 조금 더 걷다 보니 국내 최대 규모의 여행사 이름이 적혀 있는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이런 곳까지 패키지 여행 상품이 있나 보다. 제법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니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정말 여행사를 통해 못 가는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수요가 있는 곳이면 상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찾아 보기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좋기는 했지만 때로는 무작정 발 닿는 범위만 늘리는 것 같아서 걱정 되기도 한다.

자그레브

자그레브

 일행의 무릎 상태가 나아지질 않아서 이곳 자그레브에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까지 다시 나랑 기타만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슬로베니아에서 일행과 합류할 숙소를 정한 후에 잠자리에 든 내 머리 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에서는 다시 몸이 나아져서 함께 달렸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몸 상태가 나아지질 않으니까 걱정이 되었다. 기타랑도 류블랴나에서쯤 헤어질 예정이었고 이제는 다시 나랑 일행 둘만 남게 되니까 서로 잘 의지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오래 누적된 무릎의 피로가 쉽사리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난 "며칠 더 쉬면 나아지겠지, 잘 될거야."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내일이면 슬로베니아로 입국한다. 아마 또 새로운 날을 맞고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

기타

기타. 크로캅을 추억하는 거야?

<어린 왕자> 컬렉션
 
 앙투앙 드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몇 번을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날 감동시켰다. 중국의 시안에 머무를 때, 문득 이번 여행에서 <어린 왕자> 책을 모으면 괜찮은 수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각 나라에서 그 나라 말로 된 <어린 왕자> 책을 사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직접 그 나라에서 책을 사는 것이었기에 스스로에게 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의 생각으로 시작된 책 모으기는 크로아티아까지 이어졌다.

 자그레브를 떠나는 날 아침, 출발하기 전에 제일 먼저 책방에 다녀 왔다. 책방에는 세 종류의 <어린 왕자> 책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라들 중에 종류도 제일 많고 책의 디자인도 예뻐서 고르기가 쉽질 않았다. 그 중에서 중간 크기에 하드 커버, 사이사이 칼라 삽화도 잘 들어가 있는 책을 고르고 나니 가격이 90 쿠르나. 오늘 크로아티아를 빠져 나갈 예정이었기에 마침 내게 남아 있던 돈은 89.95 쿠르나였다. 하지만 환전소가 문을 열려면 아직 1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고 또 출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일행을 생각하니 무작정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친절해 보이는 종업원에게 조금 부족한 돈으로 살 수 없겠냐고 물어 보니 흔쾌히 그렇게 하랜다. 내가 돈이 부족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기가 미안하다며 책을 포장해 주는 직원과 원하는 책을 샀다는 기쁜 마음에 자그레브에서의 마지막 날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선물이나 기념품, 더군다나 나 자신을 위한 물건은 거의 사지 않는 편이다. 여행 중에는 충동 구매의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필요 없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 컬렉션은 지금까지 내 여행 중에 가장 잘 샀던 것들이라고 느끼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컬렉션이 내 방에서 최상석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 애석하게 이란 편은 우편 운송 중에 사라져 버리고 이제 한국을 포함해 13개 나라판만 있는데 앞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언어의 <어린 왕자> 책을 모으는 것이 소박한 한 가지 희망이다. - 여행을 할 때 면세점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도 좋지만 <어린 왕자> 책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의미가 될 수 있는 물건을 한 가지 골라서 모아 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를 더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크로아티아 라이딩

One Fine Fall Day. 크로아티아 입국 첫 날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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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east2.tistory.com BlogIcon east 2008.02.02 06: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린왕자 책을 좋아하시는 군요.
    저도 여행하는 내내 읽을거리로 어린왕자를 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여행내내 영문판을 외우는것을 목표로 가지고 다녔는데 ^^
    나라별로 어린왕자 컬렉션 13개나 가지고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나만의 전리품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게 아쉽기도 하고요.. 여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downeve.tistory.com BlogIcon 바위풀 2008.02.02 19: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잘 보고 계신다니 감사합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면 모은 책들을
      전시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갖고 싶어요.

  2. Favicon of http://grey-chic.tistory.com BlogIcon 필그레이 2008.02.03 01: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헉...이런 반가운 연재를 하고 계셨군요.블로그 쉬느라 몰랐어요.좀 둘러보다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