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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0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외전 #4. We speak all languages at KFC

노매드에 올리는 본 편과 관계 없이 간간이 생각나는 거리들을 적어 봅니다. 제목 그대로 외전입니다.

 찌는 듯한 7월의 어느 날, 라호르의 Mall Rd.를 산책하던 도중에 출출해진 배도 채울 겸 여기저기로 눈을 돌리던 차에 "We're back @ Mall Rd."라는 조금은 도발적인 문구의 대형 입간판을 세워 놓고 있는 KFC 매장을 만나게 되었다.

 "흠, 우리가 돌아왔다고? 꽤나 자신 있는 광고로구만."이라고 생각하며 오랜만에 치킨 버거나 먹을까 하며 매장으로 들어선 나는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런데 카운터의 메뉴가 조금 특이하다.
 
 "음, 손가락을 이렇게 하면 1번 메뉴, 요렇게 하면 2번 메뉴라고...?"

 친절한 그림과 함께 손가락의 모양을 자세히 보여 주고 있는 그림 메뉴판. 알고 보니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두 명의 직원들이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수화 메뉴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중에 보니 카운터의 직원 두 명뿐만 아니라 홀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한 명, 안에서 음식 만드는 직원 한 명까지 모두 네 명이 말하고 듣지 못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매니저는 이 직원들과 수화로 대화를 하면서 지시를 내리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홀의 벽 한 쪽에 크게 걸려 있던 액자 안에는 "We speak all languages at KFC."라는 문구와 알파벳 수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 곳만의 아주 특수한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파키스탄에서 이런 일을 마주하게 된 건 작은 충격이었다. 파키스탄이 아직 후진국의 대열에 있는 나라인건 사실이고, 인권이라던지 여러 측면에 있어서 아직 부족한 나라인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런 일을 보게 되니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KFC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던 직원. 내가 손가락을 이리저리 꼬으며 주문을 하기 위해 노력하자 밝은 미소를 보여 준다. 조명이 특별히 어두웠던 것도, 셔터가 느렸던 것도 아닌데 사진이 왜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설마, 이 친구의 미소에 긴장한건가....;;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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