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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5 현실과 환상의 적절한 조화 -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8)
*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감독 정윤철 (2007 / 한국)
출연 황정민, 전지현, 진지희,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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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작품이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나온다, 오랜만에 전지현의 출연작이다 등 상영 전부터 이래저래 소문을 몰고 다니던 영화였다. 하지만 <말아톤>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에 정윤철 감독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황정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를 선택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기로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전지현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전지현이 나온 영화는 (공포 영화를 빼고는) 다 보았고 <데이지> 이후 오랜만의 작품이라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영화는 유일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하는데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결합된 구성을 비교적 잘 보여 주었다. 영화가 중반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러한 결합이 약간 어색한 감이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그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지구를 구하자"라는 캠페인에 참가했던 황정민과 전지현이 하늘로 날아 오르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황정민이 아이를 안고 나는 장면은 영화 속의 현실과 교차로 보여지면서 꿈인지 현실인지 아련한 느낌이 든다.

 황정민의 연기는 역시 좋았다. 초반엔 약간 부자연스런 느낌이 있었지만 그의 과거가 살짝 드러나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에 몰입 되면서 연기가 탄력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온 몸에 물을 뿌린 후 전지현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바보가 아니라 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나아 가려는 그 말과 표정은 이 영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꼽아도 좋을 것이다.
 
 전지현도 오랜만의 복귀작에서 좀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 주고자 노력한 것 같다. 화장 안 한 얼굴로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클로즈 업 장면에서는 얼굴의 잡티가 보일 정도였으니 정말 거의 안 한 것 같긴 하다. 그리고 CF 퀸으로서의 강렬한 이미지를 잘 숨기고 송수정이라는 PD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전지현도 광고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자신을 숨기기 쉽지 않은 배우인데 - 김태희가 어떤 영화를 나오든 CF로 보이는 것처럼 - 이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다. 힘든 PD 생활을 하는 캐릭터의 털털함도 잘 느껴지고 전체적인 연기에서 특별히 아쉬운 부분도 없다.
 
 슈퍼맨이 사람들을 도와 주는 이유는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슈퍼맨이 바꾸지 못한 그의 과거는 악몽이 되어 나타나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미래만은 스스로 바꾸고 있다. 나도 아직까지 한 사람의 작은 힘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한 명이다. - 사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생각에 몰표를 줬을텐데 이젠 나도 좀 변했다. - 그래서 황정민의 슈퍼맨에 더 공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의 말처럼 "커다란 쇠문을 여는 것은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이니까 말이다.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너무 교훈적이다, 메시지를 주입한다"인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나한테 제일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결말 부분이다. 황정민이 전지현에게 전해 준 마지막 약속은 영화가 너무 나아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히려 황정민이 아이를 구한 것으로만 끝났다면 더 깔끔하고 와 닿는 결말이 됐을 것 같다. 시사회 자료를 보면 우리 속에는 모두 슈퍼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찍었다고 감독이 말하는데 정윤철 감독은 관객들에게 정말 슈퍼맨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덧. TV 광고에서 전지현을 보면서 내가 늘 하는 생각은 그녀를 모델로 해서 사진을 찍고 싶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청순한 표정부터 유혹하는 눈빛까지, 광고를 보고 있자면 그녀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전지현을 모델로 사진을 찍으면 굉장히 다양한 느낌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물론 과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올지는 미심쩍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것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건가? 사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건 아닌데......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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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2.05 16:4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단편을 장편으로 잘 풀어내어 그 부분은 상당히 좋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극 흐름에서 너무 오르락 내리락 하듯 보여준건 재미를 조금 반감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전지현의 다소 밍밍한 모습은 전작들보다 더 좋은 느낌이였습니다.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2.10 22: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즐겁게 읽고 갑니다. 트래백 감사해요 ^^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2.11 18:0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을 상당히 잘 쓰셨네요...전 글재주가 없어서...^^;;; 잘 읽고 갑니다. 트랙백 감사하구요...(솔직히 트랙백사용법은 아직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다는..ㅜㅜ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