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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0 파리의 투안 두옹
파리의 투안 두옹

이미지출처(http://kimsangsoo.com)

파리의 투안 두옹

 - 김상수 사진.산문집

 "파리의 투안 두옹". 김상수 사진, 산문집이라는 출간 당시에는 조금은 독특했던 형식의 책.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 제일 아끼는 책 중 하나다. 이 책이 출간된게 98년이니까 내가 고등학교 때였을 거다. 어느날 우연히 신문에 나온 책의 광고를 보고, 그 길로 서점으로 가서 책을 사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놓치지 않고 읽어 내렸다. 뭐랄까, 책이 자유롭기도 했고 그동안은 내가 잘 접하지 못했던 사진, 산문집이라는 독특한 구성도 신선했으며. 또 책에서 두 사람이 나누던 일상의 대화가 내겐 한마디, 한마디 모두 생생하고 깊게 다가왔다.

 그 뒤로 소중하게 간직해 오던 이 책은 간간이 꺼내서 다시 읽을 때마다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지고 신선했다. 한번은 투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절하게 다가왔다면 또 한번은 김상수씨가 고민하던 그 괴로움이 느껴지고, 또 다음에는 그들이 서 있는 그 파리의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난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을 다시 한번 꺼내 읽기도 했다.)

 파리에서 만난 한국의 한 예술가와 베트남 이민계 출신의 프랑스인 소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어쩌면 이들의 만남은 시작부터 운명이었을 수도 있다. 우연히 만난 지하철 역에서 저자가 투안에게로 달려가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없었을테니까. 19살의 소녀 의학도와 한국의 예술가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고, 때론 같은 고민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초판 이후로 절판이 된 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더 소중하기도 하지만 또 책의 용지가 일반 책 종이가 아닌 재생지 느낌의 용지라 더 맛깔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있는 사진들은 때때로 정말 숨이 막힐 정도다. 의도적으로 초점이 맞지 않은 그 사진들에서 그 흔들림의 순간은 정말 진하게 느껴지니까.

 책이 쓰여질 당시 19살의 의학도였던 투안은 몇년의 시간이 흐른 이제 성형외과 의사가 되었고, 그와 함께 한 새로운 작업은 몇년 전에 같은 이름의 책으로 나왔다.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나도 불과 며칠 전에 알아서 곧 새로 사 볼 생각이다. 잔뜩 기대된다.)

- 책 속에서...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는가?

어디에서 사람들은

정작 우리를 발견하고자 하는가?

정말로 우리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정작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어디에?

어디에?" - 23p

"미스터 킴. 나도 햇살을 좋아해요!
햇살에는 구김이 없어요. 근심도 사라지고요!
물기가 축축한 것도 금새 마르게 하고요. 풀잎을 보세요! 빛이 비치잖아요!
생 제르망 데프레 인도에 깔린 돌들도 더 단단하게 해 주고요!" - 156p

"소소하게 작은 일상을 생활한다는 것, 그걸 저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난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당연한 것이 아니고
귀중한 것이라고 알고 있어야 하구요. 저는 제가 태어났고 공부할 수 있고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또 미스터 킴 같은 외국 예술가도 알게 됐고.
이런 게 저는 행복한거라고 봐요." - 210p

"퐁드 마리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요." - 228p :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이 한 문장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다.



Posted by 바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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